[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과도한 채무로 정상적 경제활동이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빚을 70%까지 감면해주는 국민행복기금 회수율이 11월 들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팍팍한 살림살이 탓도 있지만 최순실 일가의 불법적 재산 축적 사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다보니 국민들 사이에도 ‘빚을 성실히 갚은들 뭐하나’ 하는 도덕적 해이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잘못하면 ‘빚 안 갚는 사회’로 전락 할 수 있다는 위험 신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7일 신용정보업계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의 채권회수율은 11월 들어 급격히 떨어졌다.

10월달 회수율이 0.143%였던 한 신용정보사의 경우 11월 회수율이 0.068%에 머물렀다. 여타 신용정보사들도 회수율이 11월 들어 지난 10월의 80% 수준에 머물었다. 수 년 동안 11월이 특별한 요인으로 채권회수율이 저조했던 전례가 없었는 데 이번 채권 회수율이 급락한 것은 참으로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채권 회수율은 전체 채권금액 중 회수된 금액을 말한다.

이같은 현상은 박근혜 정부 들어 만들어진 ‘국민행복기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민행복기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후보 시절 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신용회복에 나서겠다고 공약한 것을 토대로 지난 2013년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시작된 사업이다.

장기연체 채권을 채무자 상환능력의 70%까지 감면해주고 최장 10년간 분할 상환이 가능토록 해준 일종의 서민금융지원 프로그램이다.

캠코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국민행복기금 이용자는 93만8,000명에 달했다. 정작, 국민행복기금의 채권 회수율은 급락했다. 최근 들어 경기가 침체되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4분기 가구주 연령이 40~49세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05만2,15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0.03% 감소했다. 40대 가구주의 소득 감소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신용정보 업계에선 채권 회수율이 급격히 떨어진 원인을 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최순실 게이트의 영향 탓으로 본다. 특히, 국민행복기금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채무자들의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민들의 분노와 무기력증, 일상에 대한 회의가 이같은 ‘채권 회수율 저조’라는 결과물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들 사이에선 권력의 힘을 빌린 극소수가 막대한 재산을 독점 증식하고 있고 심지어 그들 자식들의 학업성적이 바닥권을 헤매 더라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명문대에 진학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분노와 허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은행에서 빌린 작은 돈이라도 이를 갚기 위해 하루하루 바둥바둥 대며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며 살고있는 서민들 입장에선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토록 바둥바둥대며 살아왔던가” 하는 회의감마저 팽배해지는 실정이다.

한 신용정보 회사 관계자는 “채무자들 사이에선 ‘국민행복기금이 박근혜 대통령 시대에 만들어진 산물이므로 돈을 갚는 것 자체가 결국 박 대통령을 도와주는 행위가 아니겠냐’는 이상한 소문마저 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서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온갖 불법과 비리가 총 망라된 이번 박근혜와 최순실 게이트를 바라 보면서 국민들이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책임감이나 의무감 마저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채무 변제에 대한 국민들의 책임가 상실은 채권추심업자들 입장에선 채권 회수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권에선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달하는 한국사회에 이같은 현상이 더욱 확산되면 한국 사회가 마침내 ‘빚 안 갚는 사회’로 전락할 것이다고 우려한다. ‘빚 안 갚는 사회’라는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무자들이 빚에 대한 성실한 상환 의무를 져버리면 금융 시스템 자체는 붕괴될 수 밖에 없다”며 “금융 당국이 이에 대한 위험 신호를 제대로 인식하고 채무자들을 위해서 올바른 의식 전환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근본적 해결에 앞장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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