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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창립 55년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전경련 소속 주요 기업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며 과거부터 반복된 정경유착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한데다 재계 수장인 이재용 부회장이 '선도 탈퇴'를 선언하며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열린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전경련은 설립과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여러 선배들이 계신 만큼 존폐를 제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 자신은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며 회사 차원의 지원금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청문회 장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도 전경련에서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전경련 해체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5·16 군사정변을 주도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의 요청을 받아 설립한 '경제재건촉진회'가 모태다. 그 해 이름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꿨고, 1968년에 회원사를 대폭 늘리며 '전국경제인연합회'로 이름을 다시 바꿨다.

형식적으로는 '혁명정부'의 요청을 받고 경제인들이 국가시책 협조를 위해 자발적으로 설립한 단체이지만 당시 부정축재 논란을 샀던 기업들이 국가정책에 협조하는 댓가로 '사면'을 보장받고 참여했다는 시각도 있다. 

때문에, 태생적으로 정경유착 논란을 안고 시작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전두환 전 대통령 퇴임 후 비용 마련을 위한 일해재단 설립 자금 모금,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지원, 1997년 및 2002년 대선 불법대선자금 조성 등에 소속 기업들이 대거 연루되는 등 정경유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4월 전경련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세월호 유가족을 비판하는 집회를 어버이연합 회원에게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정적 인식이 다시 확산됐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소속 기업들로부터 774억원을 걷어 비판 여론이 커졌다.

특히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관련 논란이 제기된 직후 "본인의 아이디어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야권 3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전경련 무용론'을 제기하며 해체를 압박했는데, 이날 청문회장에서 사실상 '재계 수장'의 위상을 가진 이재용 부회장이 '선도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해체 논의가 본격화하게 됐다.

해체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경련이 자유시장경제의 창달이라는 정강 상의 순기능보다 기업이익을 위해 권력과 유착하며 해악을 끼치는 측면이 더욱 크다"며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에 한계가 명확한 만큼 정경유착의 연결고리가 되는 전경련을 해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전경련 해체를 속단하긴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이날 출석한 기업 총수 9인 중 6인은 "이 자리에서 젼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는 압박에도 공개적으로 해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정경유착의 본질과 전경련이라는 단체의 '존재 유무'는 무관한 만큼 전경련 해체 압박은 사건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설립 및 운영 목적은 다르겠지만, 세계 어디에 기업인들이 함께 하는 단체가 없는 국가가 있느냐"고 반문한 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겠지만 이번 사건은 권력을 등에 업은 이가 기업들에게 사실상 후원을 강제하며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보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재계가 자숙해야 하는 것은 맞으나 전경련이라는 단체의 해체가 이같은 사회를 만드는데 어떠한 역할이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전경련 해체 여부가 도마위에 오르자 "회원사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해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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