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정성태 사진전>

[이뉴스투데이 김채린 기자] 생의 마지막을 찬란하게 빛내며 바스러져가는 이 가을처럼, 그 쇠잔한 아름다움에 주목한 작가가 있다. 우크라이나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 정성태는 원전사고로 폐허가 돼 시간이 멈춘 듯한 체르노빌을 찾아 현재의 풍경들을 카메라 속에 담아왔다. 

체르노빌의 지금을 담은 작가 정성태의 사진전 ‘Chernobyl - 쇠잔한 아름다움’이 오는 11월 7일까지 나무 모던 앤 컴템포러리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우크라이나 문화원과 공동기획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1986년 4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 30여 년이 흐른 현장을 작가 정성태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진 작품 3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수 만 명의 고통과 슬픔이 스며든 처참한 체르노빌 ‘프리피야트(Pripyat)’ 사고 현장에는 지금 그 잔인했던 아픔을 양분으로 삼아 야생동물과 식물들, 그리고 고향을 버릴 수 없어 되돌아온 ‘사모셜리(Samosely, 독립정착민)’가 그 날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작가 정성태의 카메라에 담긴 체르노빌의 흔적(Trace)과 사모셜리(Samosely) 그리고 현재(Present)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의 사람들이 주는 선물(Present)로 구분되는 사진 속 체르노빌의 모습과 사모셜리들의 눈빛은 눈물 나도록 아름답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작가는 “이리저리 쓰러져 있는 의자들, 아무렇게나 열려있는 창문들, 군데군데 벗겨져 마치 생선의 비늘을 연상케 하는 빛 바랜 벽지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 위로 두텁게 쌓인 먼지. 이런 풍경 사이로 유령처럼 방사능이 떠다닌다. 방사능 출입금지구역의 들숨과 날숨이 스며든 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면 ‘여기, 지금’이라는 현실과 만나게 될 것”이라며 “을씨년스러운 풍경과 만만치 않는 방사능 수치는 마치 우리에게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절규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평론가 크롤리코브스키 아트는 “버려진 도시와 거기에서 살아가는 노인들의 고단한 삶은 우리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지겠지만, 정 작가의 사진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인류의 쓴 교훈으로 각인되리라”고 말했다. 

이처럼 작가 정성태의 프로젝트는 대재앙의 연대기로, 우리 후손들이 바닥 없는 우물 속 깊은 곳에 숨겨진 과거라는 시간에서 울려 나온 재난의 메아리를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한편 ‘CHERNOBYL-쇠잔한 아름다움’은 글로벌 프로젝트 전시다. 기록의 형식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전시(Breath in Chernobyl – 정성태 展 2016.04.19- 05.07)에 이어 선보이는 서울 전시로 대형작과 미공개 작품들, 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들을 엄선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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