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최형호 기자] 연 80조원에 달하는 주택분양보증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주택 분양보증의 공적인 측면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현행 주택법은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선분양할 때는 의무적으로 분양보증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데, HUG가 1993년부터 20년 넘게 분양보증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분양보증이란 건설업체가 파산 등으로 인해 분양자와 맺은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될 경우 보증기관이 주택분양을 맡아 이행하거나 계약금 및 중도금을 환급해 주는 것을 말한다.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선분양할 땐 의무적으로 이 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주택분양사업이 가진 공공성을 감안하면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도화선은 HUG가 디에이치 아너힐즈에 대한 분양 보증을 불허하면서 점화됐다. 분양가(3.3㎡당 평균 4310만원)가 주변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HUG는 불허했고, 이에 대해 디에이치 아너힐즈 조합 측은 HUG에 대해 지나친 갑질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조합 측은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3.3㎡당 평균 4137만원의 가격으로 분양보증을 신청해 이날 HUG로부터 보증서를 발급 받았지만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보증을 마음대로 정하는 HUG의 이번 행위는 ‘갑질’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며 “이게 모두 HUG의 독점 때문”이라고 반발했다.

재건축 중인 개포주공 3단지

분양보증 시장 개방이 처음 공론화된 건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당시 정부는 ‘제3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서 2010년까지 분양보증 시장 독점을 폐지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한 차례 연장안까지 발표됐으나, 이후 주택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지침 개정에도 불구하고 국토부 장관이 지정한 민간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반발이 거세다. 시장을 개방하겠다던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보증회사 추가 지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서울보증보험(SGI)은 최근 국토부에 ‘주택분양보증기관 지정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며 주택보증 민영화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SGI 관계자는 “(주택보증)경쟁 구도를 도입하면 보증료율이 낮아져 아파트 분양가도 떨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최근 보증공사 민간개방 문이 열리지 않을 것이란 업계 우려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가 산하 기관인 HUG의 보증 권한을 토대로 분양가 통제에 나서자 반대급부로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전면 개방까지는 힘들더라도 주택보증 일부라도 민간에 풀어줄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보증 서비스가 나오기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향후 3~5년 안에 보증보험사와 손보사, 은행에도 주택보증을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팔을 걷었다. HUG가 독점하는 국내 주택분양보증 시장을 일부 개방해 보증기관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규제 개선 과제로 채택할 지 여부를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현재 국토교통부, 한국주택협회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최근 시장 개방에 대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동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예산정책처는 HUG가 분양보증을 독점하면서 주택공급량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주택보증 민간사업에 지원사격을 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산하기관인 HUG의 반대는 여전히 거세다. 개방 이후 민간 보증기관 간의 출혈경쟁으로 보증기관의 부실이 커질 수 있고, 또한 주택사업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인 HUG 중심의 현 시장 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HUG는 중소업체는 물론 지방 부동산 침체 서민주택 공급 위축을 이유로 주태 보증 민간 개방 반대의 입장을 확고히 했다.

HUG 관계자는 “분양보증은 정책보증과 공공보증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논리와 경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며 “분양보증의 정책보증으로서의 성격과 HUG의 분양보증 전담운용 필요성을 적극 설명해 시장개방 논의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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