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연내 금리인상 의지를 강력하게 밝히면서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연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발표한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0.25%~0.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의장은 회의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저물가와 고용시장 부진을 꼽았다. 다만 옐런은 글로벌 경제를 포함해 새로운 충격이 일어나지 않으면 연말에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혀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11월8일 미국 대선을 감안하면 연준이 올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에 나설 한국은행에도 한층 부담감이 커졌다.

한은은 미 FOMC 회의가 끝난 직후인 22일 오전 통화금융대책반회의를 열고 미국의 정책금리 결정과 관련해 글로벌 금융시장 점검에 나섰다. 이날 회의는 윤면식 부총재보가 주재하고 김민호 부총재보, 서봉국 국제국장, 이환석 금융시장국장 등이 참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날 일본은행의 금융정책회의와 미 FOMC 이후 환율 시장이 출렁이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 단기적인 영향이 있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각국의 중앙은행 정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점이 있어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하반기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란 주장과 함께 동결한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강력하게 예고하고 나서면서 추가 인하는 어렵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마저 예고되면서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여력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져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한은이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하다, 내년부터 점진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미국 금리 동결의 여파로 달러화 약세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원화를 포함해 주요국 통화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지난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8원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03.3원에 마감했다.

전날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로 약세를 보였던 엔화 가치도 달러화 대비 1.4%가량 상승하며 강세로 돌아섰다. 다만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만큼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세가 가파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주요 은행 5곳의 8월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신규 취급 기준) 평균 금리는 연 2.74%로 전달(2.69%)보다 0.05%포인트 뛰었다.

7월에 최대 0.32%포인트까지 하락했던 은행의 평균 금리가 한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한국도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면서 1250조 원을 넘긴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등 잠재 위험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 재건축 등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한 추가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편,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 기준금리의 하한선도 높아질 수 있다"고 발언한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다만 미국이 금리 인상이 반드시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통상 미국의 통화정책 여파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취약한 신흥국들에서 더 크게 작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상시 해당국이 인플레이션과 자본유출 우려가 있으면 금리를 올리고, 반대로 수출이 줄고 주가가 떨어지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라며 "신흥국 금리의 반응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지난해 4분기 미 금리인상 예고 및 단행은 제로금리 이후 첫 번째 인상이라는 충격과 더불어 그 이후 1년에 4차례 정도의 금리인상이 계속된다는 우려가 컸던 반면, 올해에는 이미 금리인상에 대한 학습효과가 누적됐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선호 기조로의 극심한 반전 가능성은 미미한다고 판단된다"며 "4분기 글로벌 자금흐름은 오히려 미 연준의 금리정책보다는 11월8일 예정된 미 대선 향방의 영향력이 더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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