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갑한 사장(왼쪽)과 박유기 노조위원장이 지난 24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20차 본교섭 장소에서 나오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24일 늦은 밤 극적으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내면서 노사 화해의 9부능선을 넘었다.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 5곳 중 쌍용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임단협을 타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국내 산업계의 최대 강성노조로 꼽히는 현대차 노조가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만큼, 여타 국산차 업체 노조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사측과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는 이달 24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열린 20차 본교섭에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번 잠정합의안 주요 내용은 임금에 매몰된 교섭에서 건강·복지로의 교섭 패러다임 변화, 경영실적을 감안한 임금인상·성과금 지급, 2017년 임금체계 개선 합의 등이다.

현대차는 해외 신흥국시장 경기침체,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 영업이익 축소 등 어려워진 경영여건을 감안해 임금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및 주식 10주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또 노사는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협상 교착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확대시행 방안을 추후 논의키로 했다.

당초 노조는 임금 15만2050원 인상(기본급 대비 7.2%, 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주식 포함), 친환경차 관련 조합원 고용안전대책위원회 구성, 주간연속 2교대제 8+8시간 시행에 따른 임금보전, 해고자 2명 복직 및 고소·고발 철회 등을 요구했었다.

반면 사측은 임금피크제(현재 만 59세 동결, 만 60세 10% 임금 삭감) 확대,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 위기대응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노조에 제안한 상황이었다.

현대차 노사는 "파업 장기화에 따라 협력업체 및 지역경제 피해가 가중되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 노사가 '파국만은 막자'는 데 뜻을 모았다"며 협상안 도출 과정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울산공장, 전주공장, 아산공장, 판매·정비 등 전국 사업장에서 전체 조합원 4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임협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개표는 울산공장 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되며 전국에서 투표함이 모이는 오후 11시 전후 시작된다. 결과는 빠르면 자정, 늦어도 오전 3시 사이에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난항이 예고됐던 현대차 노사가 임협 합의에서부터 투표까지 속전속결 진행하고 있는 반면,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한국지엠, 르노삼성차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지난달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차·기아차· 한국지엠 노조 등이 참여한 가운데  '금속노조 총파업 투쟁대회'가 열렸다.

기아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회사측과 합의를 보지 못하고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노조 2개조(광주공장 조합원 7300여명)는 각각 4시간씩, 총 8시간 부분파업을 전개한다. 이같은 부분파업은 다음달 2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노조에 따르면 일별 파업 시간은 28일 4시간, 29일 조별 2시간, 30일 4시간, 31일 4시간, 9월1일 조별 2시간(총 4시간), 2일 4시간이다.

앞선 25일 경기 광명시 소하리 공장에서 사측과 노조는 10차 교섭을 열었지만, 입장차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기본급 15만2050원 인상, 2015년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단체협약 개정, 임금피크제 적용 시 일자리 창출안 제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의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했다.

특히 지난달 22일 개최된 금속노조 총파업에 참여한 노조는 '3년 연속 무분규 교섭' 타이틀을 놓쳤지만, 자신들의 요구안이 받아드려지도록 강력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지난 18일 2시간, 19일 4시간, 22일 4시간, 23일 2시간 , 24일 6시간, 25일 4시간, 26일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임단협이 종료될 때까지 잔업 및 특근을 거부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2050원 인상, 성과급 400% 지급, 공장별 미래발전방안 제시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7만원 인상, 성과급과 격려금 800만원 지급 등을 제안했다.

지난달 11일 임단협을 시작한 르노삼성 노사는 별 탈 없이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 측은 기본급 7만5000원 인상과 SM6 성공 성과금, QM6 출시 격려금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내주 안으로 협상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편 쌍용차는 지난달 27일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2016년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협상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5만원 인상, 생산 장려금 400만원, 고용안정을 위한 미래발전 전망 협약 체결 등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사는 2014년 임단협을 다음해인 2015년 2월에 타결했고 2015년 임단협도 12월에 타결했다"면서 "예상보다 일찍 잠정합의안을 내놔 업계가 적잖이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파업이 장기화 될수록 노사갈등은 심화되고,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기아차와 한국지엠, 르노삼성도 빠른 시일내에 임단협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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