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갑을오토텍 조합원 가족들은 직장폐쇄를 앞두고 충남 아산 공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갑을오토텍 사측과 노조간의 극심한 갈등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는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공권력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계의 대표적인 강성노조로 꼽히는 현대차 노조가 지난 24일 극적으로 사측과 2016년 임금협상 잠정협의안을 이끌어 내면서, 갑을오토텍 노조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파업 장기화에 따라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했고 '파국만은 막자'는 데 뜻을 모아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고 말했다.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그 피해가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 전가되고, 최악의 경우 공멸할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서로 한 발짝 물러난 것.

하지만 갑을오토텍 노사는 이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민주노총 소속)는 자신들의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지난달 8일 공장을 불법 점거했다. 벌써 생산라인이 멈춘 지도 49일째다.

조합원들이 관리직 사원의 휴대폰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폭행으로 인해 파손된 휴대폰과 부러진 관리직 직원의 안경테(왼쪽), 노조원들이 사내 식당에 있는 물품을 밖으로 반출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갑을오토텍>

사측은 같은달 26일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로 맞대응했지만, 노조는 오히려 공장경비를 서던 관리직 직원들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회사 소유물인 식자재의 절취·반출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회사는 전했다. 

지난 11일 사측은 불필요한 긴장감을 해소하고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기 위해 공장에 배치한 경비용역을 철수시켰다. 이와 함께 "대체생산을 막지 않으면 노조와 교섭에 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직장폐쇄 철회가 먼저"라고 맞서고 있다.

조업이 오랜 기간 동안 중단되면서 도산위기에 직면한 사측이 '공장 일부 가동'을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마저도 무시한 채 대치중이다.

노조의 불법 공장 점거로 인해 회사는 현재까지 약 350억원이 넘는 매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또 생산중단 장기화에 따라 국내외 완성차 업체 등 주요 고객사의 이탈과 금융권의 여신한도 축소·회수에 따른 피해액도 약 135억원으로 예측된다.

공장 불법점거의 여파는 180개 이상의 협력사에 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이들 협력사들은 현재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달 31일 갑을오토텍 노조원(머리 붉은 띠)들이 관리직 사원(가운데, 목에 연두색 수건) 한 명을 상대로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

지난해 평균 연봉이 8400만원(복리후생비 포함하면 9500만원)에 달하는 노조는 현재 기본급 월 15만205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직원채용 시 노조의 허가, 상여금 100% 인상, 개인 연간소득 3%초과 의료비 무한대 회사부담, 노조 불법행위에 소송금지 요구, 조합원까지도 대학등록금을 부담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단체협약 갱신안을 요구중이다.

하지만 갑을오토텍의 경영사정은 녹록치 않다. 2014년 통상임금 확대 적용 후 연매출 2400억원, 영업손실 60억원 적자을 기록했다. 2015년 매출 2800억원에도 불구, 약 11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사측이 노조의 이같은 요구를 수용할 경우 매년 25억의 적자를 추가로 짊어지게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조속히 공권력을 작동해 존폐 위기에 직면한 갑을오토텍 및 협력업체의 경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갑을오토텍은 매년 노조가 요구하는 내용을 큰 반항없이 들어줬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노조가 무리한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조는 회사가 자신들의 요구안을 받아드릴 때까지 공장을 점거할 계획"이라며 "갑을오토텍은 물론,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의 존폐여부가 걸린 문제인만큼 '공권력' 투입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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