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은주 기자] “더 올려라.” “더 내려라.” “요금은 올리지 말고, 지원금은 올려라.”

이는 한철 유행하던 청기 백기 게임의 구호가 아니다. 이동통신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강제성 짙은 ‘요청’과 ‘협조 요구’다. 

4월 초 총선을 앞두고 통신업계 안팎이 시끄럽다. 최근 정부의 강경한 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라 하루는 “올려라”, 하루는 “내려라” 무리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에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지고 지갑은 점점 더 가벼워지니, 가계 통신비 인하를 통한 부담을 경감해 국민의 편익을 증진한다는게 정부의 고견이다. 

‘금사과’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 휴대폰 구입을 위한 지원금이 커지면 ‘애플폰’을 싸게 살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사과 대신 애플이라니 남는 장사가 아닌가.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다. 누구도 이 시나리오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기를 드는 이는 없다. 정부는 그간 통신비용 인하에 걸림돌이 되던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정하고 폐지 이전에도 통신사업자간 경쟁을 활성화해 더 많은 통신비 할인 혜택을 국민이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모두 통신비 인하 기조를 확대하며 이동통신사업자와 단말기 제조사 등에 전방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공시지원금과 번호이동지원금 인상, 중저가 요금제 확대와 단말기 제조 등이 핵심이다.

장점도 있다. 실제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A15와 같은 중저가 단말기가 출시됐고, 휴대폰 단말기기를 구입할 때 지원받는 공시지원금이나 고가에 치중돼 있던 5G요금제의 다양화와 세분화에 이어 이통사를 옮길 때 받는 ‘번호이동지원금’ 제도도 마련돼 혜택이 확대됐다. 

물론 지원금액에 대해서는 각계 입장이 달라 의견이 분분하다. 번호이동지원금의 경우 지난 14일 첫 시행 단계에서 3만원에서 13만원 가량의 지원금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방통위원장과 이통3사 대표와의 회동 때 진행된 ‘간곡한 요청’ 이후 30만원대까지 급격히 지원금이 상승하며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인상이 실시됐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 전 고시를 개정해 ‘이동통신사업자가 번호이동 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실제로 곳간을 열어 재화를 나눠줘야 하는 통신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통신사의 경우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로 불리는 ‘ARPU’수치가 지속 감소하고 있다. 5G가입자의 실질적 증가도 점차 줄어드는 데다 무선통신 사업의 수익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AI나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곳간을 열고 더 내놓으라는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통신사의 영업익 감소나 부담이 커질 우려에 대해 “통신사업자도 재무분석을 통해 지원금을 설정할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통신사의 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부담 확대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현 상황에서 어떤 말도 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분명한 건 정부의 ‘요청’이 다소 강압적인 부분이 없지 않다는 정도다. 정부의 강력한 ‘제재’, ‘개입’, ‘드라이브’와 ‘요구’로 통신업계는 모든 부담을 떠안고 있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유지된다. 본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의 자동 조절 기능을 일컫는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도록 자연스러운 조정을 시장 스스로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은 국내 통신 시장에서 이미 본연의 뜻을 잃은 상태다. 현재로서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 여기저기 뻗쳐있는 상태다. 

독과점의 폐해나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 경제 안의 기업의 사업 전반에 대해 지나친 개입은 줄줄이 실을 연결해 움직임을 조작하는 ‘마리오네뜨’ 인형극 놀이와 다를 바가 없다. 

본래적 의미의 ‘보이지 않는 손’은 필요하다. 단, 목적을 알 수없는 상태로 지속되는 ‘실을 매단 인형극 놀이’는 통신 시장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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