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고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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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애플 중심의 스마트폰 시장 부흥기가 지나고 ‘전장’(전기·전자 장비) 부문이 새로운 신흥 시장으로 도래하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공략전이 본격화됐다.

특히 삼성과 LG로 대표되는 라이벌 기업 간의 경쟁 구도가 다시금 구축된 가운데 수 백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장 시장의 향후 패권을 노리는 양사의 치열한 대결 구도에 이목이 쏠린다.

27일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전장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4681억7000만달러(한화 약 630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2626억달러(약 353조50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확대된 수치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은 세계 각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시장 인프라 구축을 기반으로 막대한 성장을 이룬 가운데 관련 소재·장비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는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급격한 불황을 맞은 스마트폰 중심의 IT 부품 시장의 공백을 빠른 속도로 메꾸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이노텍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수백조에 이르는 미래 전장 부문의 선점권을 두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우선 삼성전자를 살펴보면, 업계 일부 소식통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전장업체 독일 콘티넨탈의 전장사업 부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콘티넨탈의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차랑용 디스플레이 등 전장사업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콘티넨탈은 ADAS,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전장 관련 다양한 사업부문들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자회사 하만은 내부적으로 ADAS 분야 등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콘티넨탈 전장사업 인수에 긍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 열린 제5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M&A와 관련한 주주의 질문에 “(현재)많은 부분이 진척됐고 조만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M&A 추진을 위한 절차가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의 성장도 호재로 작용 중이다.

최근 전기차들은 각종 운행 정보와 콘텐츠를 보여주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액정표시장치(LCD)보다 화질이 좋으면서도 전력 소모가 적은 OLED를 선호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 7.8%로 성장해 126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중 OLED 비중은 17.2%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 페라리와 협력을 개시하는 등 고객군을 넓혀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양분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도 5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LG전자는 주주총회를 통해 전장 분야를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26일 주총 현장에서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오는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며 “제품의 단발성 판매에서 벗어나 고객들과 관계를 맺고 가치를 발전시키고 있다. B2B 사업은 현재 비중이 35%에 육박하고 있는데 40%를 향해 가고 있다”고 전장 부문에 대한 현재 LG전자의 현황을 설명했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 XR(확장현실) 등 유망 신사업을 조기 육성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조 사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자동차 부품 수주잔고는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부품 시장은 지난 3년간 30%씩 성장한 만큼 LG전자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를 위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카메라를 활용한 SDV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연결성 강화 등 텔레매틱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LG이노텍도 문혁수 대표 체제를 통해 전장 분야 공략에 나섰다.

문 대표는 지난 21일 정기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차량용 카메라 모듈을 비롯해 전장사업의 매출을 5년 안에 5조원으로 높이겠다”며 경쟁력 제고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현재 전장부품 사업과 차량용 카메라 모듈 매출을 합하면 약 2조원 수준이지만, 5년 안에는 5조원대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모바일 시장에서 축적한 LG이노텍의 경험을 반도체와 자동차, 로봇 등에서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에 대해서는 연구개발(R&D)를 중심으로 한 미래 경쟁력 구축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카메라 모듈 사업 부문의 과도한 시설투자 규모를 줄이는 한편, 완성차 업계 등 관련 기업들과의 공조 및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 대한 의존도를 개선하고 반도체 기판과 자율주행 부문 등의 전장 산업 육성을 이끌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모바일 시장에서 축적한 LG이노텍의 경험을 반도체와 자동차, 로봇 등에서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 성장할 영역들인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주가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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