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전경. 하나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 본사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덩치키우기 경쟁이 한창이다. 업계는 공격적 투자만이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라 하지만 몸집 부풀리기에 따른 위험도 높아졌다.

지난해 자기자본 8조원을 넘어선 미래에셋대우 출범에 이어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은행계 증권사가 초대형IB 대열에 진입하기 위한 유상증자가 치열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투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신한금투는 내달 66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서는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반열에 올라설 예정이다.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는 M&A와 증자로 자기자본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자격 요건을 갖추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종합투자금융사업자로 지정된다.

종합금융사업자로 지정되면 기업 신용공여 업무와 헤지펀드 거래·집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가 가능해진다. 여기에서 자기자본 4조의 벽을 넘으면 초대형 IB로 지정돼 자본시장법상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진출도 가능해진다. 

지난 2016년 금융위원회가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한 ‘초대형 IB(투자은행) 육성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활발해졌다. 국내에서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 5곳이다. 

자기자본 8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로 일반 고객의 돈을 모아 기업대출 업무가 가능하다. 현재 이 같은 조건을 갖춘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가 유일하지만, 금융당국이 출혈경쟁을 우려하며 단기금융업 인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예컨데 지난 2017년 11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6455억원을 기록하며 미래에셋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현재 단기금융업이 가능한 국내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세 곳이다. 이런 가운데 신한금투, 하나금투, 메리트종금이 4조원 클럽에 따라붙으며 인가를 위한 눈치싸움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덩치키우기 전략에도 불구하고 과연 질적인 성장을 이뤘는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수익구조는 중소형 증권사와 다를 게 없고 국내보다 위험도가 높은 해외투자 비중 증가가 눈에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증권사 전체의 우발채무 규모는 34조원 가량인데 초대형 IB가 보유한 채무만 24조5000억원이다. 또 전문가들은 이같은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중 70% 가량이 부동산 PF 관련 금액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문제될 것 없다. 제도만 잘 알면 수익 창출이 가능한 PF만큼 안전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수익원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찾은 것이 모험투자라는 얘기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리스크 관리가 철처히 이뤄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거시적 관점에서는 국내경기 침체로 외부로 빠져나가는 자본유출이기 때문에 금융당국도 유심히 살펴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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