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현 음식 칼럼집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사진=정동현 페이스북]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음식 칼럼니스트 정동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17년 서울시청에서 뉴스레터 ‘내 손안에 서울’ 칼럼 담당 할 때다. 당시에도 지금만큼이나 요리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기에 서울 맛집을 소개하는 칼럼이 좋은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줄 수 있겠다 싶어 연재를 추진했다.

칼럼니스트 선정시 기준으로 삼은 것은 저자 자신만의 취향과 전문성·디테일이었다. 예를 들어 ‘우래옥 냉면 맛있어요’, ‘을밀대 냉면 맛있어요’, ‘을지면옥 냉면 맛있어요’ 라고 쓰는 식이라면, 이 세 곳 맛과 특징이 다를진대 안될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런 음식 칼럼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앞서 동아일보에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 조선일보에 ‘정동현 셰프의 생각하는 식탁’을 연재했던 그는 영국 요리학교를 다녔고, 호주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한 경험이 있어 우선 전문성을 갖췄다.

아울러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의 칼럼이 방문후기나 맛평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음식마다 식당마다 그는 매번 자신 삶의 어느 순간에 좌표점을 찍은 글을 보내왔다.

[사진=수오서재]

살기 위해,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먹지만, 우리가 먹는 건 음식만이 아니다. 그곳의 공기, 내음, 분위기 함께한 사람들까지 맛에는 수많은 순간과 장면이 담겨 있다. 

그런가하면 맛을 느끼긴 한 건지, 맛을 음미하길 바라는 마음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져야 하는지 생각에 잠기지만 이내 깨닫는다. 그들처럼 몸에 음식을 밀어 넣는 자신은 또 뭐가 다른 삶을 사는지 말이다. 영혼 없이 연신 국수를 삶고 테이블을 치우는 피로한 종업원과,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동안 배를 채우려 옆 사람과 말 한마디 못하는 작가의 처지는 칼국수 한 그릇 앞에서 닮은꼴이 된다.

그래도 결국 우리를 일으키는 건 음식이다. 학교 기숙사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아파하는 스무 살 그를 위로한 건 같은 방 형이 사다 준 죽 한 그릇이다.

바로 이런 칼럼이기에 ‘단짠’, ‘역대급’, ‘JMT'로 도배했지만 본질적으로 알맹이 없는 여러 음식 칼럼 대신 정동현을 최종 택했다.  

11일 수오서재에서 그의 신간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삶의 모든 마디에 자리했던 음식에 관하여’가 출간됐다. 읽다보면 저자 삶의 여러 좌표뿐 아니라 어느새 자신의 기억도 소환해 곱씹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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