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채용과정서 특정 지원자 점수 조작, 인성검사자 부적격 판정 받은 지원자 합격처리, 차명 주식거래, 신분을 속이고 학원 강의 뛴 직원...     

일반 회사에서 한가지도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 황당하게도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금융감독원에서 버젓이 일어났다.

이 뿐만이었음 다행이었을까. 가상화폐 대책에 관여했던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대책 발표 직전 가상화폐를 매매해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드러났지만 결국 솜방망이 처분에 그치면서 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며 금감원을 해체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봇물을 이뤘다.

이런 금감원의 적폐 행위를 보니 몇 해전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본지 기자가 OO보험사 홍보팀장과 점심식사를 하던 도중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급하게 양해를 구한 팀장의 표정이 심상치 않더니 면접관 앞에서 면접보는 구직자보다도 더 다급하고 긴장된 얼굴로 상기된채 "예~예"를 반복하다 결국 자리를 비웠다. 잠시뒤 들어온 홍보팀장은 거듭 사과하며 '점심은 다음에 해야겠다'며 급히 자리를 털고 식당을 빠져나갔다.

마침 며칠뒤 지나가는 길에 차한잔 하자고 연락해 만난 홍보팀장의 얘기를 듣고 '그렇게까지 갑질을 해야했나' 싶은 얘기를 듣게됐다.

내용인 즉슨, 감사시즌이라 그날 오전에 여의도에 가서 금감원 OOO담당직원에게 자료를 전달하고 왔는데 자료가 한장 빠져있었다고 한다.

출입기자와 점심중이라고 양해를 구하고 식사 끝나고 바로 가겠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소리지르며 "당신 지금 내 말이 우스워"라는 호통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급하게 서둘러 갔다고 한다.

퀵배송으로 보내면 되지 않냐는 내 물음에 직접 가지않으면 보복(?)을 당한다고 한다. 그 보복이 궁금해서 여러차례 구슬러봤지만 어색한표정으로 얼버무리며 말꼬리를 돌린다. 그런 그를 보며 그때 금감원의 금융권에 대한 파워와 갑질을 어렴풋 느끼게 됐다.

기사를 쓸때 '금감원, OO은행에 철퇴', 'OO증권사에 영업정지' 등 강한 표현을 쓰게 된다. 실제로 금융사의 잘못된 점을 발본색원하는 금감원의 본연의 기능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금감원은 내부 문제에 대해선 천사표로 돌변한다.

직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도 징계가 없다.

금융회사를 검사·감독하는 금감원 직원은 증권사 직원처럼 주식거래가 엄격히 제한된다. 자본시장 비공개 정보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정위반 주식투자를 해도 '주의 촉구'에 그친다. 이는 금감원이 민간회사 임직원의 불법 주식거래를 엄하게 다스린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지난해 10월엔 '세상에 이런일이'에나 나올법한 뉴스가 세간을 달궜다.

서울 강남의 학원에서 금감원 직원이 밤마다 고액 논술강사로 활약하는 내용이었다. 금감원 내부감찰 결과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이 직원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겸직 신고를 하지 않고 학원에서도 가명을 사용했다고 한다.

물론 금감원 직원들은 민간인 신분이다. 하지만 공무원에 준하는 윤리 강령을 지켜야 한다. 실제 공공기관 운영법상 금감원 직원은 영리 목적의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의 '몰래 겸직'은 금감원의 공적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난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썩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한다. 속 뜻을 보면 남은 비난하지만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일컫는다. 이 단어는 1990년대 정치권에서 만들어져 현재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다.

왜인지 금감원을 보며 이 말이 머릿속에 떠나질 않는다.

금감원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찾기 위해선 지금 제 식구 감싸기 보다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거듭나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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