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안중열 기자] 정치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조정대상 안건) 물살을 타고 사법개혁 드라이브의 일환으로 추진되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공방이 두 조직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논의 국면에서 두 기관이 전‧현직 지휘부를 수사대상에 올리면서 두 사법기관 간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경찰 비대화’를 우려하며 사법개혁 패스트트랙에 반대하고 있는 검찰조직에 이어 문무일 검찰총장까지 합세해 공개적인 불만을 드러내면서 패스트트랙을 주도했던 정부여당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29일 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을 지정한 후 이상민 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당정청, 검찰 반발에 ‘경찰개혁안’ 제시=더불어민주당, 정부, 여당은 지난 20일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해서 경찰의 수사권뿐만 아니라 정보경찰의 정치개입에 대해서도 통제하는 이른바 ‘경찰개혁안’을 내놨다.

경찰개혁안을 통해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의 반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한편, 현재 검찰의 반발과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정청은 이날 ‘경찰 개혁’을 점검하자며 모였지만, 막상 회의가 시작되자 검찰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당정청은 지난주 있었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공개 반대한 검찰에 십자포화를 날렸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총장과 일부 검찰의 반응은 지극히 유감스럽다”며 “따가운 국민적 평가를 검찰총장은 경청하시길 바란다”고 일갈한 뒤, “경찰 권력의 비대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개혁안’의 초점은 경찰 권한 줄이기에 맞춰졌다.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해 경찰청장이나 서장 등이 수사에 관여할 수 없게 하고, 교통, 풍속 등 민생 치안 업무는 지자체로 넘기고, 정보경찰을 통제해 정치나 선거개입을 막겠다는 방안 등을 확정했다.

수정 혹은 신설 입법 과제 17건이 자리를 잡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패스트트랙에 오르지 못한 자치경찰제, 일반경찰·수사경찰분리, 정보경찰 개혁 등 경찰 개혁 과제도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대화채널이 마비된 여야가 모여 관련 입법을 논의해 처리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검찰 “국가수사본부 신설 등 달라질 게 없다”=검찰은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내놓은 경찰개혁안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냉담한 분위기다.

검찰은 “수사권조정과 함께 ‘실효적 자치경찰제’와 ‘행정·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개혁’ 논의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당정청 협의회가 내놓은 국가수사본부 신설 등의 개혁 방안은 기존 불합리한 상황에서 진전이 없는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자치경찰제 시행을 통한 경찰 권한 분산과 개방직 국가수사본부장 신설 추진, 정보경찰 정치 관여 시 형사처벌 명문화, 등의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됐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경찰에 집중된 권한을 어떻게 분산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당정청의 ‘경찰개혁안’은 큰 틀에서 보면 권한 분산이 이뤄진 것은 사실상 없다는 게 검찰의 시선이다.

정보경찰의 활동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조항을 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협의회가 내놓은 방안에 따르면 ‘행정경찰’인 경찰청장은 ‘수사경찰’인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수사 지휘를 원칙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

일선 경찰에서도 지방청장이나 서장은 구체적 수사 지휘를 할 수 없으며 수사·형사과장이 전담하게 된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외부인사도 맡을 수 있도록 개방직으로 하면서 임기 3년 단임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수사본부 신설에 대해서도 불만이 이어졌다. 조직상으로 분리한다고 하지만, 구성이나 운영과 관련해 실질적인 독립이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경찰에 대한 인사권을 여전히 경찰청장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수사본부 내에서의 인사권만 본부장에게 건넨다고 해도 여전히 경찰조직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상황에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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