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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져버린 벽산과 USG보랄의 18년 우정...그 내막은?

기사승인 2019.05.22  07: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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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공방 끝에 1998년 부터 이어져온 벽산과 USG보랄의 판매계약 2016년 부로 종지부
USG보랄, 벽산에 약 66억원 배상키로

[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국내 석고보드 시장을 주름잡는 ‘한국USG보랄’과 ‘벽산’의 20년 가까운 우정이 깨졌다. 계약상 문제로 악화 일로를 걷다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최근 벽산이 공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 2월 국제상공회의소 국제중재법원(ICC)은 한국USG보랄에게 가격조항과 공급 관련 의무 위반으로 벽산에 약 66억원을 배상하라는 중재판정을 내렸다.

과연 어떤 소송이었기에 수십억원의 배상금이 발생한 걸까.

벽산은 국내 최초 석고보드 생산업체이다. 1998년 IMF로 인한 유동성 위기로 석고보드를 다국적 기업 Larfarge(이후 한국USG보랄로 계약 당사자 변경)에 매각한 이후 판매만 맡아 활동을 이어왔다.

USG보랄은 다국적 기업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석고보드 생산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석고보드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놓은 벽산과 손잡고 1998년부터 2014년까지 4차례에 걸쳐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서로 윈윈(win-win) 하는 전략을 취했다. USG보랄은 실제 정상적인 상거래 평균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석고보드를 벽산에 공급하기로 약속하고 납품을 이어왔다. 즉, 벽산을 제외한 나머지 거래처에 공급하는 평균 가격보다 벽산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기로 했다. USG보랄 역시 최대 거래처인 벽산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을 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곧 문제가 발생했다. USG보랄이 벽산에 제시한 평균 가격이 벽산의 예상 가격보다 매번 높게 산정됐기 때문이다. 또한 USG보랄은 벽산에 석고보드를 최대로 공급(요구 시 50%까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석고보드 ‘품귀 현상’이 발생할 때는 공급을 줄였다.

이에 따라 벽산은 USG보랄 측에 가격과 공급에 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벽산과 거래하는 대리점이 피해를 볼 뿐 아니라 공급량이 부족해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USG보랄과의 계약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생산시설을 갖출 계획도 세웠다.

그렇게 양사의 갈등이 심화하던 중 2016년 11월 USG보랄은 국제상공회의소 국제중재법원(ICC)에 벽산과의 판매계약 기간에 대한 판정을 요청했다. 2017년부터 벽산과의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것이다. 양사의 계약기간은 5년이었지만 계약서상 3년이 지난 이후 2년에 대한 부분을 협의에 따라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USG보랄은 벽산이 별도의 생산시설을 준비하는 것은 경쟁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약 3개월 뒤인 2017년 1월 벽산 역시 USG보랄의 소송에 맞대응했다. 벽산은 USG보랄 측이 판매계약 및 계약위반을 했다며 국제중재법원에 판정을 구했다. 석고보드 미공급에 따른 손해와 평균 가격 조작, 최대 공급의무 위반 등에 대해 배상할 것도 요구했다.

결국 양사는 대형 로펌에 수십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지급해가며 법정공방에 들어갔다. USG보랄은 국내 최대 로펌으로 알려진 ‘김&장’을, 벽산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국내 법조계의 자웅을 겨루는 1, 2위 대형 로펌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은 높아졌다.

그로부터 약 2년 만인 2019년 2월 국제중재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먼저, USG보랄이 주장한 판매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벽산과의 계약 기간이 2016년 12월 31일 부로 종료된 것으로 판정했다. 다만 벽산의 경쟁금지 위반에 대해서는 계약 종료에 따라 판단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USG보랄의 가격조항과 공급관련 계약위반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벽산과의 계약기간(2009~2011년)동안 평균 가격을 올리기 위해 창고보상비 명목으로 가격을 올리고 골드바를 차등 지급해 공급 가격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USG보랄은 벽산 측에 약 66억에 달하는 배상 책임을 물게 됐다.

한국USG보랄 관계자는 “2015년 벽산이 자체적으로 석고보드 공장을 건설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관계가 악화됐고, 이와 관련한 공급계약서에 규정된 일부 조항들의 해석을 놓고 이견이 발생해 중재절차를 진행했다”며 “분쟁의 대상이 된 약 230억원 중 계약해석상의 차이로 인한 일부 채무 불이행을 한 부분에 약 48억원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고 연 6%의 이자를 포함한 총액 약 66억원 상당을 벽산에게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쟁의 본질은 대등한 사업자들 간 체결된 공급계약서 조항의 해석에 있어 입장차이가 발생한 민사 분쟁사항이라는 것”이라며 “국제중재재판소가 확인한 것처럼 다른 불법행위가 관여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동종 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좁은 국내 석고보드 업계에서 경쟁이 불가피하다보니 이같은 소송이 벌어진 것 같다”면서도 “판정 결과에 대해서는 가타부타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벽산은 한국USG보랄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으로 형사 고발한 상태이다. 

윤진웅 기자 woong@enewstoday.co.kr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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