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ATM 앞에서 시민이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윤현종 기자] 화이트칼라로 대표되는 금융권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실제로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과로사까지 이어져 회사와 산재신청을 놓고 긴 시간동안 고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대 실적을 달성한 이면에는 은행원들의 고통도 함께 수반된 것으로 조사됐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왕·과천)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공단에 접수된 과로사 산재신청은 전 산업군을 통틀어 총 5609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여기에 본지가 의원실을 통해 접수받은 금융업계 부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은행·증권·보험·카드·저축은행·협동조합·금융서비스 등 같은 기간 143건의 과로사 산재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업종 별로 따져보면 은행업이 47건으로 전체 중 32.87%를 차지하면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농업·축산업·수산업 등의 협동조합이 근소한 차이인 46건으로 전체의 32.17%를 차지했으며 보험업이 20건으로 13.99%을 나타냈다. 증권가 등 금융투자업계와 공기업 및 금융기관이 10건으로 6.99% 같은 수준을 보였다. 이밖에 금융서비스(5건), 카드업(4건), 대부업(1건) 순이었다.

사업장 순으로 살펴보면 NH농협은행이 9건으로 과로사 산재신청이 가장 많았다. KB국민은행이 2위를, 3위는 우리은행과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각각 6건을 기록했다. 뒤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오르는 등 상위 10개 중 6개가 은행권이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NH농협은행은 이들 중 산재신청 후 승인·불승인 등 결정이 이루어지기까지 평균 48일이 소요되면서 의사결정이 가장 오래 걸린 기업으로 꼽혔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금융권 과로사 산재신청 사업장 상위 10개소 리스트. [사진=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금융지주·그룹으로 분류해보면, 농협·신한·KB·우리금융지주 등이 1위부터 4위까지 순위에 오르며 규모와 정비례한 모습을 보였다. 5위는 삼성금융그룹으로 삼성생명(4건)·삼성증권(1건)·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1건)에서 과로사로 산재신청 접수가 이뤄졌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4건)·신한카드(3건)·신한금융투자(1건)·신한신용정보(1건) 등 9년간 총 9건을 기록했고 이들 중 1건만 승인되는 등 8건의 불승인이 이루어지면서 산재로 적용받지 못했다.

지방에 포진한 협동조합도 업무 과다로 금융인들이 고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협동조합은 농협협동조합중앙회와 서울축산업협동조합이 각각 6건, 2건인 점을 제외하면 전체 46개 중 38개 개별사업장에서 과로사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사 등의 지배를 받지 않는 구조인 이들 협동조합은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전국에 분포돼 있어 근무환경 등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업계의 극심한 경쟁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권 한 노조 관계자는 “숫자로 모든 것을 증명하는 금융권 업계 특성 상 영업실적 등에 민감하고 그로인해 스트레스를 동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실적 위주의 업계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이로 인한 피해와 희생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업계는 오는 7월 1일 52시간제 도입을 위해 TF를 구성하는 등 도입 전 사전 테스트를 병행하고 있다. 3분기 이후 금융권을 중심으로 자리잡게 될 52시간제가 과로사 등의 비극적인 상황과 실적 위주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신 의원은 “과로사는 예방이 중요한데 2017년 3월 발의한 과로사방지법이 경사노위 심의를 이유로 국회에서 심사조차 못하고 있다”면서 “과로사 예방법을 하루빨리 제정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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