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해리성 인격장애’라는 말이 있다. ‘이인증’이라는 정신의학 용어로도 불리는데 쉽게 말하자면 ‘다중인격’이다. 한 사람 안에 몇 개의 인격이 있어서 매번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병이다. 

영화나 소설의 단골소재로 쓰이는 다중인격은 대상의 인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긴장감 때문에 극적 재미를 준다. 예를 들어 납치범이 착한 어린 아이의 인격을 지니고 있다가 흉악한 괴한의 인격으로 돌변할 때 오는 긴장감이다. 최근에 이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23아이덴티티’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이후 대규모 투자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등 미래사업 개발과 인재육성·채용 등에 투자를 발표하는가 하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 비용을 모두 합치면 약 250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이같은 대규모 투자와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정부 인사와 연이어 만나며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인만큼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연이은 만남 속에 삼성전자가 다른 기대를 품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이 글을 쓴다. 

삼성전자에게는 씽크대 속 접시들처럼 떨떠름한 과제들이 남아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 상고심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검찰수사다. 별개의 건이면서도 별개가 아닌 것 같은 이들 두 사건은 그 결과에 따라 삼성에 오너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수감 됐을 당시 M&A 시계가 멈춰서며 신사업 발굴에 애를 먹은 바 있다. 이전에 전장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성과에 비하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본의 아니게 ‘보수적인 기업’의 이미지를 갖게 된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활동에 나서야 할 시점에서 국정농단 사태와 경영권 승계가 다시 한 번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식회계 사건이 국정농단 선고에 영향을 줄 경우 또 한 번 법정구속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혹시나 정부와 스킨십을 강화하면서 재판·수사에 대한 영향을 기대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왜냐하면 이 정부는 그럴 의도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9일 저녁 KBS에서 방송된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에서 문 대통령은 “재판은 재판”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재벌을 만나면 친재벌이 되고 노동자를 만나면 친노동자 되겠나. 그런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봐주기 아니냐는 것은 사법권의 독립권에 대해서 훼손하는 말”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설령 이 부회장이 “재판은 재판”이라는 문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어떤 사람들은 이에 대해 서운해 할 수 있다. 그럴 일은 없도록 하자. 삼성전자의 투자는 결국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돌아온다. 정부는 그 과정에서 이익을 볼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 지원하는 것이다. 재판은 이것과 당연히 별개다. 

법조계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6월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건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는 법의 엄격함을 보게 될 것이다. 화성캠퍼스에서 보던 인자한 대통령의 미소와는 다른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그래도 당황하지 말자. 국가는 입법과 사법, 행정 3개의 인격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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