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는 늘 심각한 사회문제다. 요즘에는 특히 디지털 성범죄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법적·제도적인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또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형사전문변호사를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짚어보면서 법률, 판례, 사례 등을 함께 다루며 정확한 법률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최근 대법원은 성범죄에 대하여 ‘성인지 감수성’을 판단 근거로 삼아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만으로도 성범죄의 유죄판결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작년 ‘성인지 감수성’을 근거로 유죄판결이 선고된 이후 각급 법원에서는 이를 근거로 한 판결이 57건에 달하였는데, 이중 단 한 건을 제외하고는 피의자들 모두 유죄를 받았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 간의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차별과 유‧불리함 또는 불균형을 인지하는 것을 말하는데, 법원은 성범죄 사건 등을 심리할 때,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맥락과 눈높이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구의 한 사립 전문대학의 교수가 여학생들을 상대로 수차례 성희롱하였다는 이유로 해임되자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성인지 감수성을 처음 언급하였다. 

이는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법원은 위와 같은 전제에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고, 결국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하여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 심리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성범죄와 관련하여 ‘성인지 감수성’이 유죄판결의 근거로 되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개별 판사의 재량이 커져 판결의 예측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성인지 감수성’이란 개념 자체가 굉장히 모호하기 때문에 판결하는 판사의 성향에 따라 유‧무죄가 달리 판단되어 ‘무죄 추정의 원칙’, ‘증거재판주의’에 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은 굉장히 모호한 개념이기는 하나, 성범죄로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는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다소 피해자의 진술에 의문이 있다고 하여도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선고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피의자 혼자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성범죄가 문제된 경우 수사 초기 단계인 경찰 조사 때부터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이현중 더앤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경찰대학 법학과
-사법연수원 수료
-前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現 서울송파경찰서·서울영등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전문위원
-現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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