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스포월드 전경. 스포월드의 매각 과정이 사실상 일진실업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고선호 기자] 역삼역 알짜 골프연습장 ‘스포월드’ 매각 과정이 사실상 매도자 일진실업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일진실업은 지난해 3월 스포월드를 부동산디벨로퍼 지엘산업개발이 설립한 ㈜지엘스포월드피에프브이에 매각했다. 매매가격은 1058억원이다. 지엘스포월드피에프브이는 스포월드를 주상복합아파트로 재개발할 계획이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스포월드 매각 과정에서 몇 가지 특이한 사항이 발견되고, 일반적이지 않은 경로와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먼저 지엘스포월드피에프브이는 재무구조상 일진실업을 매수해 운영할만한 형편이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두 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일진실업의 자본금은 1997년부터 140억원 이상을 유지해온 반면 지난해 매수를 위해 설립된 지엘스포월드피에프브이의 자본금은 불과 5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엘스포월드피에프브이는 지난해 2월 26일 설립됐고, 스포월드 소유권 이전등기는 그해 3월 14일 진행됐다. 자본금 50억원 규모 신생 법인이 설립한지 3주도 채 되지 않아 140억원대 규모 법인을 인수하는 경우는 자회사이거나 총수와 혈연으로 묶이는 등 특수한 이해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세무사들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법인의 세무사는 “법인을 처음 설립하면 법인 통장에 입금된 자본금의 가용 범위 안에서 수익을 내고 세금을 처리하기 때문에 함부로 금액 한도를 넘어설 수 없다”며 “스포월드를 매입할 형편이 아니었는데 자금이 도대체 어디서 왔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고 밝혔다.

더욱 의아한 부분은 일진실업의 신재욱 사내이사가 지엘스포월드피에프브이에 상무이사로 등기돼 있다는 점이다. 신재욱씨는 바로 일진실업 신장호 대표이사의 장남이다.

법인을 만들자마자 자본 규모가 훨씬 높은 기업을 인수하고, 대표이사의 장남이 매수기업 측 상무이사로 영입된 과정은 이번 매각이 일종의 일진실업 총수 일가 경영권 승계와 증여를 위한 작업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지엘스포츠월드피에프브이 법인등기부등본. 일진실업의 신재욱 사내이사가 지엘스포월드피에프브이에 상무이사로 등기돼 있다. 신재욱씨는 일진실업 신장호 대표이사의 장남이다. [이뉴스투데이 DB]

실제로 증여세를 낮추기 위한 텃밭을 조성 중이라는 의구심을 키우는 정황들이 매각 과정 곳곳에서 발견된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증여세율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로 적용된다. 장자 신재욱씨가 증여받아야 할 금액에 대한 증여세는 50% 구간에 속해 있기 때문에 상당한 액수의 세금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지엘스포월드피에프브이는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부채를 과다하게 키우는 방식으로 스포월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증여 과정에서 재산에 담보된 채무도 함께 이전되기 때문에 증여하는 사람이 가진 채무가 많을수록 증여세는 줄어드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우선 신탁사를 이용해 대출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지엘스포월드피에프브이는 스포월드를 매입한 날 바로 아시아신탁에 스포월드를 신탁하고 수익권증서를 발급받았다. 수익권증서가 있으면 2금융권에서 신탁재산의 약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수익자로는 디비저축은행, 유안타저축은행, 오케이저축은행 등 고금리 저축은행들이 대거 참여했다.

스포월드 인근 세무법인의 한 세무사는 “신탁재산(스포월드) 1058억원의 80%를 신탁을 통해 대출받고 나머지 20%도 자체적으로 부실을 키우면 실질적으로 신재욱씨가 내는 증여세 과세표준을 30억원 미만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부채를 만드는 만큼 증여세를 안 내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고금리 부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가액이 증여세의 기준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가액 공개를 피하기 위해 신탁을 이용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통상적으로 부동산이 거래되면 거래가액이 나오지만 신탁사에 신탁하는 즉시 자산 소유가 신탁사 명의로 넘어가면서 외부에 거래가액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스포월드 회원과 상가 임차인을 무차별적으로 내쫓는 행태도 기업의 부실을 더욱 키우기 위한 밑작업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지엘스포월드피에프브이는 스포월드 회원과 상가 임차인에게 “스포월드 개발을 위해 용도변경을 하고 올해 6월 부분철거에 들어갈 것”이라며 회원권과 상가를 팔고 나갈 것을 권고했다.

스포월드 내 상가가 텅텅 비어 있는 모습. 지엘스포츠월드피에프브이가 매각 소식을 통보하면서 상가 임차인들이 줄줄이 나갔다. <사진=유준상 기자>

하지만 임차인의 권리를 박탈하는 방식으로 권고가 진행되면서 상가 임차인 사이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 상가 임차인은 “보증금과 권리금 합해 3억이 넘는데 사측에서 어떤 보상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평생 피땀 흘려 번 돈을 졸지에 잃게 될 형편”이라고 호소했다.

스포월드 임차인들에 따르면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며 보증금도 제한적으로 돌려받는 실정이다. 지엘스포월드피에프브이는 지난해 12월 이전에 상가를 비운 임차인에 한해 보증금 일부만 돌려줬다. 임차인들은 매각 소식에 회원들이 줄줄이 나가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처지다.

게다가 오는 6월 부분철거에 들어갈 것이란 설명과 달리 개발계획이 현재 서울시 인허가에 가로막혀 불투명한 상태라 쫓겨난 임차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서울시는 기존 체육시설을 준주거지역 이상으로 용도변경 해달라는 지엘스포월드피에프브이의 요청에 퇴짜를 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개공지 위치, 주차장 활용, 청년주택 등이 시의 요건에 충족하지 못해 구청으로 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먼저 나간 회원과 점포, 이 때문에 수익이 떨어진 점포 모두 지엘스포월드피에프브이의 부실을 키워줄 수단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며 “일진실업의 목적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재욱은 일진과 지엘 양쪽 모두 권리 주장을 할 수 있다”며 “일진은 지엘 지분에 대한 권리를 끝까지 가져가면서 외형적으로 소유만 지엘에 넘기는 모습으로 세금 탈루의 목적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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