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정환용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29일 인가한 SK텔레콤의 5G 요금제 중 하나는 월 이용료 7만5000원에 5G 데이터 150GB를 제공하는 구성이었다. 제공량을 모두 소진했을 때 제한되는 속도는 당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KT가 2일 5G 데이터를 속도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슈퍼플랜’ 요금제를 발표했다. 데이터 테더링 제한은 있으나 가입 단말로 5G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요금제는 8만원으로 LTE 무제한 요금제보다 저렴한 편이다. 그러자 SKT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급하게 수정한 요금제를 내놓았다. 월 이용료 8만9000원, 12만5000원을 내면 5G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KT가 무제한을 외치자 뒤늦게 쫓아가는 모양새다.

시장지배적사업자는 통신요금을 책정할 때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시장 1위인 SKT는 과기정통부에 5만원대, 7만원대, 9만원대, 12만원대 요금제 4종을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비록 요금을 낮추거나 혜택을 확대할 때는 정부 인가를 받지 않고 수정해도 되지만, KT의 무제한 요금제를 보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SKT가 급하게 ‘프로모션’이란 수식어로 엉성하게 요금제를 포장한 것은 1위 사업자답지 않다.

무제한보다 중요한 중·저가 요금제도 논란이다. 5만5000원 요금제는 8GB를 제공하는데, 2만원 비싼 7만5000원 요금제에서는 20배에 가까운 150GB를 제공한다. 현재 서비스 중인 LTE 요금제도 2만원 차이로 LTE 데이터 제공량이 4GB에서 100GB로 25배 많아진다.

제공량과 가격은 통신사에서 정한다. 특히 선택 폭이 매우 제한적인 국내 이동통신 이용자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월 2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알뜰폰 시장에 5G도입이 불투명한 현재로서는 사실상 더 비싼 요금제 사용을 종용하는 수준이다.

SKT는 데이터 제공량이 바뀔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두 요금제는 오는 6월까지 가입하는 고객에 한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SKT는 연말께 요금제 제공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 하지만 2020년이 되면 해당 요금제가 사라질 수도 있고 없던 속도제한이 생길 수 있다.

KT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설명에 ‘네트워크 과부하 유발 시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제3자에 네트워크 이용을 제공하거나 사업·상업적 용도로 이용하거나 서버, FTP 등을 연결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이틀 연속 일일 사용량 53GB를 초과하는 경우도 속도가 제한되지만 풀HD 영상을 종일 시청해도 20GB 정도 소요하니 납득할 만한 조건이다.

반면에 SKT는 아직 홈페이지에서 5G 요금제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다. 3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요금제 표를 공개했을 뿐이다. T월드 홈페이지에서는 ‘5GX’로 칭한 5G 서비스 홍보 페이지만 있고 요금제 관련 정보는 검색을 통해서도 찾기 어렵다.

시장 1위 사업자가 파이를 나눠주기 싫어 경쟁사 서비스 정책을 베낀 셈이다. 이 해프닝을 보는 소비자가 가격 인하에 환호할지 대기업 행태에 혀를 찰지 SKT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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