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의 한 재건축 단지. [이뉴스투데이 DB]

[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면서 수도권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의 ‘후분양’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다. 일반분양 가격을 제대로 책정받기 어려운 데다 각종 재건축 규제 탓에 분양 시기를 미루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주택 착공 시점에 분양을 진행하고 입주자의 계약금으로 건설비용을 충당하는 선분양과 달리 후분양은 주택을 일정 또는 전체를 지은 이후 분양을 진행한다. 주택의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부실시공을 예방할 수 있으며 건설사 자금으로 건설을 시작해 부도 파산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분양가 폭등 및 분양권 투기수요차단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재건축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권 중심의 재건축 사업지 일부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후분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1월 정기총회에서 후분양 방식을 채택했다. 선분양 진행 과정에서 HUG가 대우건설이 제시한 3.3㎡당 3313만원의 분양가를 받아들이지 않아 사업이 지연돼서다.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초구 반포동 반포우성 재건축 조합에서도 후분양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선분양 시 분양가는 3.3㎡당 47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반면 현재 주변 시세를 보면 3.3㎡당 6000만원 이상 책정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후분양 여부는 4월 조합원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래미안 원베일리’로 새롭게 재건축하는 신반포 3차 통합재건축 조합은 일반분양 509가구를 후분양 방식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 외에도 서초구 방배13구역,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3주구, 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들이 후분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선분양을 당연시하던 국내 아파트 시장에서 후분양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HUG의 분양가 규제 때문으로 보인다. HUG는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조합이 제시한 높은 분양가에 대해 보증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분양 수입으로 재건축 비용을 충당하는 조합은 HUG 보증이 필요없는 후분양을 선택해 분양가를 높이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분양가와 시세의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선분양은 HUG의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가가 책정된다. HUG는 국토교통부 방침에 따라 선분양 단지에 분양보증을 제공하고, 서울을 포함한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상 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분양가 통제 기준은 최근 1년 이내 분양 단지의 공급가 110% 이하다.

하지만 전체 공정률의 80% 시공을 한 뒤 분양에 나설 때는 HUG의 분양보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 입주자모집(청약) 승인권자인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거치기만 하면 된다.

정부 역시 후분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민간 후분양 활성화의 일환으로 공정률 60% 이상 아파트에 대해 주택도시기금의 융자나 금리우대 혜택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면 시공을 맡은 건설사들은 후분양을 반기기 어렵다고 말한다. 금융 비용이나 미분양 리스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공자의 예상과는 달리 강남권이나 과천 등 재건축 단지들은 잠재 수요가 탄탄해 가격이 크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분양제 도입이 서울 강남권을 시작으로 수도권의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보편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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