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한동안 맑았던 하늘이 어제(19일) 오후부터 흐려지더니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까지 치솟았다. 평소에도 출근길 인파로 붐비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는 미세먼지를 헤치고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사람들로 더욱 북적였다. 

강남역 바로 옆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는 수백명의 주주들이 길게 줄지어서 입장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었다. 주총 시작 1시간 30분 전인 7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공지돼있다. 이들은 그 이전부터 줄을 섰던 게 분명하다. 

즉 주주들은 거의 2시간 가까이 야외에 서서 미세먼지, 찬바람과 싸우고 있었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 액면분할을 하면서 주주의 숫자가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어나 더 많은 주주들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회의장 내 좌석을 더 확보하고 중계로 볼 수 있는 곳을 확보하면서 대응했지만 주주들의 불편은 불가피했다. 

주총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주주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대체로 연로(年老)한 주주들이 많았던 탓에 야외에서 오랜 시간 기다린 것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일부 주주들은 “회사의 주인은 경영진도 아니고 주주들이다. 그런데 주주들을 이런 식으로 대하냐”며 고성을 질렀다. 

삼성전자는 5배 늘어난 주주들을 감안해 더 넓은 곳에서 주총을 진행하는 것을 고려했다. 그러나 주주들의 혼선을 막기 위해 지난해와 같은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진행했다. 대신 좌석 수를 전년 대비 2배로 늘리고 중계 공간도 마련해 최대한 많은 주주들을 수용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기 위해 매순간 질의응답은 시간도 마련했다. 주주들은 더 활발하게 지지와 비판에 대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일부 주주들은 “매번 이렇게 질의응답을 하고 고성이 오가고 하면 의사 진행만 길어진다.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일괄처리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업들은 주주총회를 열면서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배당금을 늘리는 것 뿐 아니라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더 많은 주주들이 의사를 낼 수 있도록 주주 편의를 개선하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주주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잇지만 삼성전자의 이번 주총은 주주들의 불편만 가중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주들의 편의를 제공하자는 말을 전하면서 ‘한국인의 빨리빨리’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이는 대기업과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강조되고 있는 ‘보고와 회의의 간소화’와 통한다. 모든 업무에 있어 형식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실용적으로 일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의 이번 주총은 이들이 행정업무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여준 예시라고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최전방에서 선 ICT 대표기업이지만 행정업무에서는 꽤 보수적이다. 

연세가 많은 주주들을 배려한 처사라고 이해하더라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미래를 내다보고 일하는 기업이라면 조금 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신과 디바이스의 발달은 개개인의 거리를 더 좁히게 만들었다. 가정에서 말 한 마디로 물건을 주문할 수 있고 결제도 가능하다. 날씨와 교통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외부에서도 집안에 뛰어노는 반려견을 볼 수 있다. 이같은 기술을 만드는 최전방에 선 기업이 삼성전자다. 그런 삼성전자라면 ICT를 활용해 좀 더 ‘세련된 주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주주의 말대로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그런 주주들을 위해 세세하고 꼼꼼한 의사진행과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주주들의 편의를 위한 합리적이고 신속한 의사진행도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이런 것들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많은 대기업들이 보수적인 방식의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이런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많은 기업들이 좀 더 합리적이고 ‘세련된 주총’을 펼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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