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 대화 재개 의지를 보이면서도 회담 결렬을 두고 벌어지는 책임공방으로 자칫 대화의 판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한국 정부에 공이 넘어온 분위기다. 여기에 북·미 양측이 직간접적으로 대화 접점을 찾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바라고 있다.

정부는 북·미 협상을 이끌어내는데 최대 난관인 ‘완전한 비핵화’ 수위 완화작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제4차 남·북 정상회담의 물꼬를 트려면 북한과 이른바 ‘빅딜’을 그리는 미국 측의 전향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완화된 ‘완전한 비핵화’를 어느 정도 이끌어낼 때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청와대도 한층 강화된 우리 정부 역할을 두고 고민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화 축이 남·북으로 넘어왔다”고 진단했다. 1·2차 남·북 정상회담이 1차 북·미 정상회담과 3차 남·북 정상회담을 견인했듯 다시 한 번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해졌다는 해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하노이회담 직후 “북한과 대화 내용을 전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제4차 남·북 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우리에게 넘어온 바통을 어떻게 활용할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이끌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여러 가지 방식을 놓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북특사 파견 등과 관련해 아직 어떤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 등이 유력한 카드”라며 특정방식을 한정짓진 않았다.

우리 정부는 남북정상이 맺은 4·27판문점선언(제1차 남·북정상회담), 9·19평양공동선언(제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정신에 따라 비무장 내 모든 GP 철수, 공동유해발굴, 한강하구의 민간선박 자유항행 등을 연내에 진척시켜 북한과 대화채널을 유지할 계획이다. 대북제재 완화를 희망하는 북한에 어느 정도 당근을 주면서 대화의 판을 넓혀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또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고 반문한 뒤, “이른바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입장 변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미국 측에서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인 빅딜을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하다면 몇 차례 스몰딜을 터부시할 게 아니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그러면서도 비핵화 단계를 쪼개 보상을 이끌어내는 살라미 전술을 경계하고 있다. 이는 북·미 모두를 향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남한이 제시한 대안에 대한 책임을 지는, 미국엔 일종의 안전장치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을 향해 대미협상 여지를 주는 동시에 이를 어기면 대화의 판이 깨질 수 있다는 경고음을 보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북·미 양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생산적 회담성과 도출을 견인하기까지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그리고 북·미를 넘어 한반도 주요국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 프로세스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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