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붙잡힌 A씨 주머니에서는 노랑 고무줄로 5만원권을 4장씩 묶은 현금 열 뭉치가 나왔다. A씨는 또 이 같은 돈뭉치를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조합원 여럿에게 악수를 할 때 암암리에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내용은 2015년 농협 조합장 선거 때 기사다. 이와 동일한 금품 비리가 지난달에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됐다. 혹자는 이 사건에서 5만원권이 없던 시절이긴 하지만 5공화국 이전 금권 선거 풍경을 떠올린 이들도 있을 것이다.

농협 전국 1104곳에서 4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다음달 13일 개최된다. 이번에 제 2회째를 맞이하는 선거는 공적 자금에 관여하는 자리인 만큼 지방치단체장이나 국회·시·군의원 선거처럼 선관위가 개입한다.

아울러 조합장에 당선됐을 시 급여와 대우, 권한이 적지 않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합에 따라 연봉 5000만~1억원 상당과 매월 200만원 상당 판공비, 차량과 기사 등이 제공되기도 한다. 조합 내 인사와 농협 대출과 금리 등에도 관여해 이권과 자연히 연결되는 자리다.

또한 단임제로 변경된 농협중앙회 회장과 달리 조합장은 재임이 가능한 자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앙·지방·단체장 선거와 달리 농협 조합장 투표에 참여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 활동이나 공론 장이 없는 점 때문에 기존에 조합장을 했던 이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는 것.

무엇보다 이들 가운데 대의원을 선출해 농협중앙회 회장 간접선거를 실시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금권 선거와 이권에 연류 된 이들은 편익을 봐줄 이를 지지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정 선거 논란이 있었던 과거 농협중앙회 역대 회장이 모두 비자금 조성, 뇌물 등 혐의로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았다.

한 농협 관계자는 “공명선거자문위원회를 작년 10월 29일부터 운영하고 있고, 농·축협 임직원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시·군지구장 1선이 각 조합과 매주 회의를 하며 공명선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 선거와 달라진 측면을 봐 달라"고 말했다.

반면에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협 조합장 선거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훨씬 엄격할 수밖에 없다. 농·축협 특성상 지역민 경제와 밀접하기에 조합장은 지역 정치와도 연관이 깊다. 조합장은 조합원 표심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아가 스스로 시·군수 또는 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조합원 가운데도 “조합장 선거에 돈을 쓴 만큼 본전을 뽑으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들이 대다수다.

금권·부정 선거로 자리에 오른 이들이 영향력이 큰 사회는 자연히 건전성 면에서 취약하게 마련이다. 대한민국 다수 지역을 포함하는 농협 조합은 자연히 국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농민뿐 아니라 온 국민이 농협 조합장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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