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 위치한 아람코 원유 생산 공장.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에쓰오일에 이어 현대오일뱅크가 사우디산 원유 수입 비중 늘리기에 가세했다. 국내 정유4사가 미국-중동 간 원유 전쟁 중심에 서면서 각사별 전략도 천차만별이다.

31일 글로벌 정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왕실을 등에 업은 아람코가 한국 수출 전선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줄여오던 국내 정유 업계 지형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최근 현대오일뱅크 지분의 19.9%를 아람코에 매각키로 하면서 사우디 왕실이 현대오일뱅크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지분 매각 이전에 논의된 공급 관련 계약은 없다”면서도 “아람코가 2대주주가 되는 만큼 추후 사우디산 수입 비중이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에쓰오일처럼 아람코에 물량 전부를 의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람코의 이번 투자계약은 사우디 왕실이 국내 정유4사 가운데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 두 곳을 양손에 쥐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GS칼텍스는 미국 셰브론이 대주주다. 이 결과 국내 정유사는 중동산과 미국산을 가리지 않는 SK이노베이션과 미국 의존도가 다소 높은 GS칼텍스, 친 사우디파인 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로 구분됐다.

대한석유협회가 지난해 국내 정유4사의 국가별 수입비중을 집계한 결과 전통적으로 80%대를 기록하던 중동산 원유 비중이 최근 2년사이 70%대로 떨져 지난해 73.5%를 기록했다. 이는 두바이유보다 저렴한 가격과 품질을 앞세운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수입 비중 증가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가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수입한 WTI 수입 비중은 8.5%에 이른다. 두바이유·WTI와 함께 3대 유종으로 분류되는 북해산 브렌트유 수입 비중은 3.3%에 그쳤다. 나머지는 아프리카산 원유 3.7%, 아시아 및 러시아산 원유 11%로 나타났다.

황 함량이 높은 경질유 두바이유는 3대 유종 가운데 전통적으로 저렴한 유종이었으나 지난 2010년 미국산 셰일오일 등장과 함께 WTI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다. 전일(19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59.44달러였으며, WTI는 53.91달러에 거래됐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오히려 비싸야 정상인 황 함량이 낮은 WTI가 두바이유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는 것은 미국의 공급 확대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셰일 등장 이전 5% 미만에 머물던 WTI 수입 비율이 현재 8~9%까지 증가했다는 이야기다.

아람코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입 효과가 국가별 원유 수입 비율 조정에 머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오일의 2017년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이라크(15.4%), 사우디(11.3%), 이란(13%), 카타르(1.7%), 아랍에미리트(1.2%)로 이미 42.6%에 이른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내에서도 친미와 반미로 나뉘어져 국가별 이전 투구가 심하다”며 “아람코가 입김을 행사해도 반미·반사우디 성향인 이라크·이란산 수입 비중이 줄어들면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정적 공급선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미국산 셰일오일과 중동산 원유를 가리지 않고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최근 “이달 중 이란산 석유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석유개발 자회사 SK E&P 아메리카에 2020년까지 약 480억 원을 분할 출자하면서 미국 롱펠로우 셰일 광구를 보유한 유일한 업체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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