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양대 산맥인 한샘과 퍼시스가 경영승계에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황이진영 기자] 국내 가구업계 양대 산맥격인 한샘과 퍼시스가 후계구도를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샘은 국내 전문경영인으로는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최양하 회장을 필두로 오너 일가의 회사 경영 참여를 제한하는 반면, 퍼시스는 지주회사 퍼시스홀딩스가 지분 매집에 나서는 등 장남 손태희 퍼시스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경영승계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퍼시스그룹의 지주회사인 퍼시스홀딩스는 주요 계열사 퍼시스의 주식을 꾸준히 매집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퍼시스홀딩스는 지난해 5월부터 퍼시스 주식을 매달 약 1만주 가깝게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8일 6563주를 추가 매입해 지난해 5월 30.77%였던 지분율이 31.78%로 늘었다.

이는 손동창 퍼시스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손태희 퍼시스 부사장 중심 지배구조 축을 만들기 위한 승계 작업 일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퍼시스그룹 오너 일가 역시 여느 재벌가 자제들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금수저’ 승계 코스를 밟고 있는 셈이다.

퍼시스그룹의 지배구조는 ‘손동창 회장→퍼시스홀딩스→퍼시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와 ‘손태희 부사장→일룸→시디즈·바로스’로 이어지는 두 가지 지배구조로 나뉘어 있다. 재계에서는 손 회장이 손 부사장에게 퍼시스홀딩스 지분을 증여하거나, 일룸을 퍼시스홀딩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부자 간 지분 증여가 거의 없는 가운데 승계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점, 계열사 간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오너 2세가 급성장하고 있는 알짜 회사의 정점에 서며 경영권을 사실상 확보했다는 점 등이 ‘꼼수’ 승계라는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손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종태 퍼시스홀딩스 부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올라서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손 부사장의 승계 과정 중 하나에 그칠 뿐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경영 세습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거나 경영권 승계에 대한 투명한 과정이 중요하다”며 “퍼시스 역시 ‘금수저 승계’ 논란을 벗기 위해서는 앞으로 경영 실적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한샘은 일찌감치 2세 세습 경영보다 기업 이해도가 높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고히 했다. 지난 23년간 최양하 한샘 회장을 중심으로 사세를 확장해 가구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양하 회장은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중 1979년 매출 15억원 수준에 불과한 한샘에 입사했다. 영업사원으로 출발한 그는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르며 국내 가구 업계 최초로 ‘매출 2조원 돌파’라는 업적을 이뤄냈다. 한샘은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 자녀가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오너 일가 지분율도 낮기 때문에 전문 경영인 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명예회장이 보유주식 절반인 260만주를 ‘한샘 드뷰연구재단’에 기부하면서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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