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연합뉴스TV>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가습기 살균제 제조 및 유통 3사 재수사에 가속이 붙고 있다.

1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에 식품·의료 범죄를 담당하는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 소속 검사 전원이 투입됐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유통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 이마트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관련자 소환 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른 부서와 일선 청에서도 파견 검사가 보강됐으며 환경부도 담당 공무원을 수시로 중앙지검에 보내 수사 지원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재수사가 진행되는 모양새다.

검찰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수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6년에도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시민단체 고발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수사에 착수했으나 도중에 멈췄다. 유해성이 인정된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를 사용해 처벌받은 옥시와 달리, SK·애경이 사용한 C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는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 CMIT·MIT 유해성 입증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환경부가 지난해 11월에 이어 이달 초 CMIT·MIT 유해성 보고서를 제출하며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았다. 해당 보고서에는 CMIT·MIT 입자가 기도를 거쳐 폐로 들어가면 PHMG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담겼다.

동물 실험 결과 CMIT·MIT를 흡입한 실험용 쥐 대부분이 기도 위쪽에 심한 염증이 생겼고, 염증으로 기도가 부어 숨이 막혀 죽는 현상이 나타났다. 건조한 실내에서는 CMIT·MIT 성분이 기체화돼 폐 속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6000여명의 자료를 분석해봤더니 CMIT·MIT를 단독으로 사용한 피해자와 PHMG를 단독으로 쓴 피해자의 증상이 거의 같았다”며 “또 CMIT·MIT 단독 사용자에게도 폐가 딱딱하게 굳는 현상인 폐 섬유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시효 문제가 아직 쟁점으로 남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SK·애경을 재차 고발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가장 우려한 것 부분 또한 공소시효였다. 이들 기업과 임직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및 중과실 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가 7년이다. 그러나 피해 사례가 처음 나온 2011년을 기준으로 보면 시효가 지난해 끝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15년에도 사망자가 있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측은 공소시효 만료를 2022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가해 기업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큼 증거가 남아있을지 의문”이라면서도 “수사를 통해 증거 조작·인멸이 확인되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SK케미칼과 애경은 2002년 10월부터 2013년 4월까지 CMIT·MIT 성분 포함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 및 판매했으며, 이마트와 애경 또한 2006년 5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같은 성분이 든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했다.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연구원에 신청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지난해 말 기준 6246명, 이 중 사망자는 1375명이다. 피해자 중 CMIT·MIT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만 사용한 피해자는 36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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