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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IF] 광화문 대통령 포기한다면?

기사승인 2019.01.16  14: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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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광화문 대통령 공약이 사라졌다. 대통령 후보시절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1호 공약 ‘광화문 대통령’은 집권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이었던 국정기획자문회에서 정책화됐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비전인 국민의 나라를 실현시키기 위한 실천과제로서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으로 상징된다. 2019년까지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새해 시작과 함께 유홍준 광화문시대자문위원장은 현재 광화문에 대통령의 집무를 가능하게 할 인프라를 구축할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실상 광화문대통령 공약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경복궁 뒤편에 자리 잡은 청와대에 고립된 대통령이 서울 시민의 일상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내려온다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멋진 일이다. 혹시 퇴근하는 대통령을 볼 수는 있지 않을지, 퇴근길에 들른 포장마차에서 혹시 대통령을 볼 수는 있지 않을지 국민은 즐거운 상상을 했을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조차도 얼굴을 볼 수 없었던 탄핵당한 대통령과 비교할 때 그 효과는 갑절 이상이 되고 만다.

대통령의 집무 장소의 변화는 단순히 작업장(workplace) 환경 변화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돼 진정한 국민의(of the people)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벗어나려면 법적으로는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권력이 현행 헌법의 태두리 안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수렁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대책으로 광화문 대통령을 제시했을 터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20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국민들에게 떠오르는 장면들은 국민과 소통하는 정권, 겸손하고 배려하는 정권의 모습일까? 5급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참모총장을 토요일에 외진 카페로 불러내고, 외교안보 수장들을 대동하고 판문점을 시찰하는 선글라스 낀 비서실장의 호기로운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현장에서의 반응이 어떤가를 소상공인이 아니라, 정책을 집행하고 성과를 보고하는 담당 공무원에게 물어보는 대통령이 기억된다.

초법적이고 배타적이고 비밀스러운 제왕적 권력은 고립에서 시작된다. 스스로 고립을 즐겼던 대통령의 탄핵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탄핵은 최악의 경우이고 우리 역사에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니, 거론할 필요가 없다. 다만 보다 국민들과 소통하고, 보다 유연하고, 보다 투명한 정권의 권력운영 방식을 위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청와대 공간 재배치로 고립된 대통령부터 구출하라 
비서동과 대통령 집무실은 공간적으로 분리돼 있다. 비서들이 대통령 집무실로 가기 위해서는 차를 타거나, 15분 정도를 잰걸음으로 가야하는 거리이다. 비서진들의 보고를 위한 통행의 불편함보다는 대통령의 고립이 더 문제다. 금방금방 머릿속에 떠오르는 현안 문제를 바로 바로 확인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힘들다. 전화 통화라는 것이 얼굴을 보면서 얘기를 나누는 것에 비해 전달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대통령과의 심리적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

백악관은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이 부통령실 그리고 비서실장과 보좌관들 방이 줄지어 있다. 대통령은 수시로 방을 드나들며 의견을 나눈다. 위기상황실에서 회의하는 참모들의 자리에 끼어서 얘기를 듣는 오바마 전  통령의 모습이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 문대통령은 첫 수석보과관 회의 장소를 대통령 집무실이 아닌 비서진들이 근무하는 여민관 소회의실로 바꿨다. 그러나 회의 장소 변화만으로 대통령의 고립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청와대를 없애고 광화문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거창한 계획보다, 청와대 내에서 대통령의 근무 공간에 변화를 주는 것부터 시작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 계획은 과거 정부에서도 검토된 적이 있으니,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을 국회가 허용해 주는 것은 야당으로서도 집권 이후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공간적 변화의 문제는 청와대 내부의 공간 재배치로 해결할 지라도 여전히 남아 있는 정신적 고립 문제가 있다. 문 대통령은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두 가지 지침을 내렸다.  ‘받아쓰기는 더 이상 필요없다’는 것과 대통령의 지시에 ‘이견을 제시하는 것은 의무’라는 것이다. 당시 야당 국회의원들도 이 광경을 환영했다. 더군다나 탄핵대통령과 뚜렷이 대별됐다.

▲ 이견 제시하는 참모를 찾아라
그런데 지금의 청와대는 행정관, 비서관, 수석비서관, 비서실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일체화돼 있다. 행정관이 참모총장을 못 만날 이유가 없고,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어디에도 이견이 표출되지 않는다. 공간적 고립 이상으로 스스로 자초한 정신적 고립이다. 대통령의 철학을 이해하고 동의하는 참모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불편할지 모르지만 고지식하고 검증된 이론과 실무로 무장된 참모들도 필요하다. 이들을 찾고, 이들의 이견 제시를 권장하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관용과 용기가 남은 40개월의 임기와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느냐를 좌우할 것이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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