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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IF] 북한에 공포정치가 부활한다면?

기사승인 2019.01.04  15: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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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둘러싼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한동안 보이지 않던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초, 평양고사포병사령부 정치위원이 당에 대한 태도불량과 사생활 문란혐의로 공개처형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는 그날 공개처형까지의 과정을 소상히 다루었는데, 4.25문화회관에서 해당 정치위원의 죄명을 알리고 그 자리에서 체포한 다음 회의에 참석한 군 장군들을 버스에 태워 미림비행장으로 이동해 수백명의 장군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형이 집행되었다는 것이다.

2015년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회의에서 졸고, 말대꾸했다는 이유로 재판 절차  없이 대공화기인 고사총으로 공개처형한 이후 공개처형 소식은 없었다. 이때까지 장성택을 포함한 140여명의 고위간부를 숙청, 처형한 터라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은 혁명화 조치 3개월여만에 복권시키기도 했다.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에서 김정남 독살 테러가 있기는 했지만, 북한 내부에서 벌어진 공개처형은 3년 7개월 만인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주목되는 이유는 평양고사포병사령부의 정치위원이라는 점이다. 이 정치위원은 총정치국에서 군을 사상적으로 감독하기 위해 파견한 인물로 사령관보다 권력서열로는 위에 있는 인물이다. 총정치국장이 인민무력부장보다 서열이 위인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군 내부의 불온한 사상과 분위기를 파악하고 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해야하는 정치위원이 당에 대한 태도불량으로 처형당했다는 것은 북한 권력 체계 속에서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닌 것이다. 이탈리아 대사대리의 망명 사건도 함께 발생해 안팎으로 뒤숭숭한 형국이다. 2016년까지 김정은 체제에서 공개처형과 해외에서의 외교관들의 망명사건은 흔한 일이었기에 이러한 현상을 곧바로 체제의 적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그럴지라도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민주주의 체제 대통령의 북한 주민들을 향한 목례를 벤치마킹해서 곧잘 목례하는 모습을 보였던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다시금 부활시키지는 않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실 공포정치는 통치술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통치자는 피치자의 사랑을 의지하기보다, 두려움으로 다가가라고 주문한다. 피치자의 사랑은 통치자가 원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공포는 통치자가 언제든지 피치자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공포정치는 독재자에게 유혹적인 통치술일 수 있다. 

▲ 사랑받는 통치자가 되기 어려운 북한 상황
2019년 김정은 체제의 북한 상황은 그리 밝지 못한 상황이다. 철천지 원수 미제국주의의 수뇌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한껏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도록 했다. 경제 제재와 같은 공화국 압살정책이 이제는 없어지고, 사회주의경제건설의 꽃이 필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도록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 조치는 없었다. 오히려 2018년 마지막 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협상에 관한 평가보고서와 대북제제를 해제할 경우 30일 이내에 정당한 사유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것을 못박은 아시아안심법(the Asia Reassurance Initiative Act)에 서명하는 것으로 한해를 마무리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멋진(great) 친서’를 받고 이틀후에 벌어진 일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미하원에서 공화당 정부는 북한과의 협상 결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보고서로 만들어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아시아안심법은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법이다. 다시말해 북한에 대한 문제,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북한에게 호의적이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신년사에서 유독 자력갱생을 강조했던 것이다. 

▲ 공포정치 그 ‘치명적인’ 유혹
자원이 없는 북한에게 있어서 경제 발전 계획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통적인 방법은 북한 주민들의 노동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속도전, 만리마 운동 등이 이런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북한 내부의 변화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배급체제가 그나마 명목상으로라도 유지될 때에는 주민들의 동원이 쉬웠을 것이나, 지난해 2월 기준으로 482개의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강제노동은 돈벌이 시간을 박탈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큰 저항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남은 것은 군대 노동력을 동원하는 것일 텐데, 지난해 연말과 같이 군부의 정치위원 조차도 노동당의 방침에 시비를 거는 상황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은 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이든 북한이든 협상의 판을 깨는 쪽이 비난과 후과를 덮어써야 하는 형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며 버틴다면 김정은 위원장도 그 ‘형벌의 시간’을 그럭저럭 버텨내야(muddle through) 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공포정치의 유혹이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설득해서 안된다면, 강제로라도 목표를 관철시켜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 공포의 확산은 필수가 아닐까? 한국도 경제 지원 만큼은 해줄 수 없는 형편이다.

미셸 푸코(Micheal Foucault)의 『감시와 처벌』은 루이 15세를 암살하려다 붙잡힌 죄수 다미엥의 공개 처형 장면을 5페이지에 걸쳐서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 잔인한 처형은 절대군주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절대 권력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한 공개 처형에 문제가 생긴다. 죽음을 앞둔 반역죄인이 절대 권력의 부당함을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처형장이 술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비로소 국민은 그들이 대항해야 할 권력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절대 권력은 난감해하며 숨기 시작한다. 공개적이고 과시적인 권력은 은밀하게 내면화된 감시로 숨어들어가게 된 것이다.

인민경제 발전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대내외 상황이 만만치 않은 2019년 새해에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술은 어떻게 발휘될지 자못 궁금하다. 공포정치든 감시통제 정치든 북한 체제의 민주화와는 먼 정치 행태다. 북한 주민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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