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는 늘 심각한 사회문제다. 요즘에는 특히 디지털 성범죄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법적·제도적인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또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형사전문변호사를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짚어보면서 법률, 판례, 사례 등을 함께 다루며 정확한 법률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술자리 후 귀가길, 지하철과 버스가 끊겼거나 많이 취한 상황이라면 택시를 찾게 된다. 이때 차량을 가지고 왔던 사람들은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것이다. 다음 날 차를 운전할 일이 있거나, 밤새 차를 바깥에 세워두기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연말연시에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이러한 대리운전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리운전 기사가 성범죄자로 돌변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실제로 대리운전 기사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는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최근 모 대리운전 기사는 목적지로 이동하는 사이 여성들이 잠들자 자신의 휴대전화로 두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기 시작하였다. 수사 결과 위 기사는 1달 새 9번이나 대리운전을 하면서 다른 여성들의 부적절한 신체를 찍었고, 동종 전과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는 구역 여객자동차운송사업으로 분류되는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성범죄 전과가 있을 경우 택시기사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성범죄나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범하여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0년간 법인 및 개인택시기사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사람도 그 자격 취득이 불가능하다.

버스기사의 경우는 달리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특정 전과가 있는 경우에는 버스기사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채용 시 전과기록의 확인이 가능하다. 때문에 성범죄 전과가 있을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는 것이다. 결격사유가 아니더라도 성범죄 전과가 확인된다면 사실상 버스기사로 채용되는 것은 힘들 것이다.

그런데 대리운전기사의 경우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다. 대리운전은 이러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에 해당하지 않고 ‘자유업’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결격사유로 규정되어 있지도 않을뿐더러 대리기사 고용 시 전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리운전이 위험한 이유는, 멀쩡한 상태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버스나 택시와 달리 음주 상태에서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취객의 경우 범죄에 취약할 수 있고, 특히 성범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대리운전 업체는 고용하는 대리기사가 성범죄 전과가 있는지 파악할 방법이 전혀 없다.

취한 상태로 자신의 차량 안에 있는 사람은 최대한의 안전함을 확보하고 싶을 것이다. 대리기사 또한 유상으로 다른 사람을 운송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택시기사와 큰 차이를 두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대리운전에 대해서만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점은 분명한 입법의 미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기사의 자격을 규정한 법안은 제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대리기사의 이용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안전을 위해 대리기사를 호출하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도입이나 기존 제도의 정비가 절실하다.

이현중 더앤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경찰대학 법학과
-사법연수원 수료
-前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現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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