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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IF]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없어진다면?

기사승인 2018.12.26  13: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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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마친 고3학생 10명은 해방감으로 가득차서 강릉으로 우정여행을 떠났다. 학교에는 보호자 동의를 얻은 개인체험학습을 허락받았다. 누구도 이들의 여행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여행 첫날 무색무취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3명은 사망하고 7명중 일부만 의식을 회복했다. 대통령은 국가위기관리센터로부터 실시간 상황보고를 받고,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그리고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모든 편의를 지원하라는 지시와 함께 유은혜 장관에게 현장 상황을 직접 챙기라고 했다.

지난해 4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등이 주최한 ‘생명 존중 안전사회를 위한 대국민 약속식’에 참석해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다”며 약속했다. 대통령이 돼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책임”이라며 그 의지를 다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형 인명사고는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되면서 15명이 사망하는 사고로 시작했다. 해상 사고가 발생한지 보름 좀 지나 충북 제천 휘트니스센트 화재로 29명이 사망하고, 37명 부상당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또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밀양 병원에서 화재 사고로 45명 사망, 109명의 환자가 부상당했다. 지난달에 고양시 저유소 폭발사고, 고시원 화재 사고,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가 있었고 이번 주에 강릉 펜션 가스사고가 발생했다. 유사한 화재 사고만 해도 끊이지 않았다. 

▲ 대통령은 ‘위로자’ 아닌 ‘문제 해결자’

정부 출범 초기 이러한 사고 소식은 늘 대통령의 보고 시간과 대통령의 대책 지시와 함께 국민에게 알려졌다. ‘실시간 보고 받았다, 몇 시간 후에 대책회의를 했다’는 식이다. 아마도 지난해 국민은 ‘그 때 대통령은 무엇을 했나’를 물었고, 이것이 대통령의 신뢰를 잃게 만든 중요한 사유가 됐다는 점에서 더 신경을 썼을 터이다. 그럼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슬그머니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사라지고, 보고와 대책 지시 시간도 알려지지 않게 됐다. 

언제 대통령이 보고 받고, 언제 지시를 내렸는지, 그 때 대통령은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재난의 원인을 규명하고 시스템적으로 이를 예방하는 대책을 구축해냈는가를 국민은 궁금해 한다. 현장을 찾아가서 유가족을 위로하는, 인정 많은 대통령이 몇 차례 감동을 줄 수는 있으나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위로는 사랑과 자비 정신을 구현하는 종교지도자의 덕목은 될 수 있지만,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으로는 부족하다. 대통령은 국가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냉정하게 따져볼 것이 있다. 대통령은 어느 범위까지 국가적 재난에 책임을 져야하는가이다. 국민 정서적으로는 무한책임이 맞다. 국가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점점 커지고, 또 선거를 통해 후보자들이 더 많은 책임을 약속하기 때문에 스스로 더 큰 책임을 짊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무한책임이 가능한가? 가뭄이 길어지면 ‘짐의 부덕의 소치’라며 기후제를 지내야 했던 시대가 아니다.

청와대에는 국가안보실 소속으로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두고 국가적 재난에 대응하고 있다. 청와대 지하벙커에 한 벽면이 모니터로 꾸며져, 실시간 국가 주요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대통령은 여기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해 점검하고, 대책을 지시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을 때도, 북한이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했을 때도 어김없이 대통령은 이곳에서 참모들과 유관부처 장관들과 대책회의를 했다.

▲ 그럼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는 ‘국가위기’만 관리해야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다루는 업무 범위는 어디까지여야 하는가? 교통사고 한 건까지, 강도사건 한 건까지 모두 대통령이 인지하고 지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위기관리센터의 임무는 국가 위기적 상황에 대한 관리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다가는 다음, 아니 그 다음 대통령이라도 스스로 비판이나 비난을 자초하기 싫어서 위기관리센터를 없앨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위기에 있어서 업무 분담은 필요하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의 안전에 어느 부문까지 책임질 것인지,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민의 먹거리 안전에 어느 정도까지 책임질 것인지 냉정하게 다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센터가 모든 사고를 모니터링하고, 대통령에게 보고·지시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국가위기관리센터는 국가적 위기 상황 즉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항을 중심으로 두고 미세먼지 문제와 같이 전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고,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한 사안들로 한정해서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 나머지는 일단 총리실에서 대응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운영시스템이 될 것이다.대통령에게 ‘집중되는 권력’도 문제지만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책임’도 문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책임의 분산을 자유롭게 추진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민의 안전에 대한 무한책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권력을 얻기 위해 필요했던 약속이 권력을 옥죄는 형틀이 되고 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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