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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IF] 북한이 핵만큼 인권을 소중히 여긴다면?

기사승인 2018.12.18  08: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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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는 세계인권의 날이었던 지난 10일 최룡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선전선동부장 등 3인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는 ‘그들이 북한에서 자행되는 지속적이고 심각한 인권 유린에 책임이 있다’는 미국 정부의 판단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인권문제에 더 민감하다. 이번 재무부의 조치도 민주당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대북제재 강화법에 따른 조치였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이상, 미국은 북한에 대해 인권문제로 더욱 압박을 가할 전망이다.

그런데 인권제재가 북한에게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 동결과 미국 여행금지 정도가 실질적으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다. 최룡해 등이 미국을 한가롭게 여행할 일도 없을 것이고, 미국에 부동산이나 은행 계좌를 갖고 있다는 정보도 확인된 것이 없다. 따라서 제재가 그들의 삶에 큰 지장을 주지는 못한다. 상징적 조치인 셈이다. 북한은 12월 9일 노동신문을 통해 세계인권의 날을 기념한 논설을 게재하며 “매 사람의 인권이 국가의 인민적 시책에 의해 철저히 담보된다”며 참다운 인권이 보장되는 우리식 사회주의 북한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튿날 미국의 제재 조치에 대해서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해볼테면 해보라는 태도다. 지난해까지 2005년부터 유엔총회에서 13년 동안 북한인권결의가 통과됐으나 북한은 허위 날조라며 회담장을 퇴장하는 것으로 반발했을 뿐이다.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북한 주민들은 가족들과 부부도 따로 생활하며 인간 이하의 삶을 버텨야 한다. 유엔제재 대상인 해외노동자는 해외 각국에 10여만 명이 파견돼 임금은 착복당하고 매일 16시간 이상씩 휴일도 없이 일한다. 종교의 자유는 없고, 보여주기식 종교행사만 있다. 북한을 탈출한 여성들은 중국에서 신고협박 속에서 인신매매에 노출돼 있다. 여행의 자유도 없어 평양이나 개성을 방문 목적으로 여행증을 발급받기 위해 뇌물을 써야 한다. ‘인류 가족 모든 구성원의 타고난 존엄성과 평등하고도 양도할 수 없는 권리’로서 인권을 규정한 세계인권선언문은 먼 나라 이야기다. 북한에서 인권문제가 개선되려면 어떠한 전략이 필요할까?

▲ ‘최고 존엄’을 건드려야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유엔 북한인권결의에 반응한 것은 2016년이었다. 처음으로 유엔인권결의에서 북한 인권 상황의 ICC 회부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며, 책임자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적시했기 때문이다. 그해 발표된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Commission of Inquiry)의 보고서에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가 포함됐다.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심각하고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인권유린 상황이 최고결정권자의 용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공개적으로 질의했다. 그 후속 조치로 미국은 처음으로 김정은을 북한인권 관련한 제재 대상자로 등록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김여정 제1부부장을 재재 대상자로 등록했다. 10여 년간 유엔에서의 북한인권결의에 대해 침묵했던 북한이 2016년부터 거세게 항의한 이유는 그들이 말하는 최고 존엄을 거론됐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에 인권문제 개선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북한 최고 통치자에 의해 인권이 어떻게 짓밟히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얼마나 단호하게 대응할 의지가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인권 침해에 ‘가장 책임있는 자’에 대한 맞춤형 제재 검토를 추진하려는 유엔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 인권개선 압박은 핵문제 솔루션이기도 하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인권개선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북한 핵문제 해결과 북한의 체제 변혁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 1975년 냉전시기 유럽에서의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는 3년여의 협상을 통해 35개국이 합의한 헬싱키 최종안(Helsinki Final Act)가 탄생시켰다. 이 문서에는 냉전구조 속에서 영향력이 별로 없었던 비동맹·중립국 그룹 국가들이 인권관련 조항을 삽입하게 되는데, 이것이 훗날 유럽에서의 탈냉전의 국제규범이 됐다. 한편으로는 소련과 동구진영 국가들의 인권문제가 공론화됨으로써 동구권 체제 변혁의 단초가 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권문제에 대한 압박을 피하기 위해 소련은 신뢰구축조치와 군축에 관한 협상을 받아들이게 된다. 미국의 카터 대통령이 CSCE 후속회의 협상 대표로 인권변호사였던 골드버그(Arthur Goldberg)를 투입해 소련을 압박하며 인권문제를 중점 의제로 부각시킨 결과였다. 인권문제는 동서 갈등의 진원지가 됐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동구권 국가들 내부에서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시민운동을 촉발시켰다. 이 때 생겨난 폴란드의 자유노조의 전신인 노동자보호위원회, 체코의 77선언, 모스크바, 헬싱키 모스크바 감시단 등이 동구권 체제 변혁에 앞장섰던 시민단체들이다.

세습 독제 체제인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는 심각한 고려사항이 아닐 것이다. 선거를 통해 지도자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주민들의 마음은 통제의 대상일 뿐이다. 북한 당국에게 있어서 유일한 고려사항은 김정은의 심기일 것이다. 김정은이 불편해져야 인권개선은 힘을 받는다. 김정은에 대한 압박은 체제 자체의 압박과 동일시될 것이기 때문에 체제보위를 위한 보검인 핵과 등가성을 갖게 된다. 북한 인권에 대한 최고지도자의 책임성 거론은 실질적인 인권 개선 효과와 더불어 북핵 포기 압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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