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업계는 주 52시간 근무도입과 경기침체로 내년 일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SW사업대가 혁신을 위한 정책 세미나'

[이뉴스투데이 송혜리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 처벌 유예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인다. 일한 만큼 월급받는 문화 정착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경기침체가 맞물려 내년 대기업 발주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SW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경기침체가 맞물려 내년 대기업 일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연장 근무와 휴일 근로 발생 시 지불해야 하는 휴일근로수당 등 추가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지만 시장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발주자인 대기업이 이를 제안요청서에 반영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SW를 공급하고 있는 A사 대표는 “경기 침체와 더불어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국내 굴지 대기업이 내년 ICT투자를 줄인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그들도 제도 개선방향을 지켜보겠지만 제안요청서 인건비 항목을 수정 없이 현행대로 진행하면 수주자가 그 인건비를 다 떠안거나 범법자가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주자인 ICT 업체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달인 지난 7월 한국은행이 발주한 750억원 규모 ‘차세대 회계·결제시스템 통합구축 사업’ 입찰에는 LG CNS가 단독 입찰해 유찰되기도 했다.

ICT 업계는 일감이 줄어들어 시장이 자연스럽게 불황으로 이어지 않을까 걱정한다. 노동자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SW업계 관계자는 “SW 제 값 받기처럼 SW 노동자도 제 값 받고 일하는 문화정착을 위해 이 제도를 시행하는 것인데, 이런 역효과에 시장만 수축돼 타격이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이런 식으로 현장에 적용돼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SW업계 관계자는 “제도에 맞춰 프로젝트 기간과 인원이 늘어나는 게 어쩔 수 없으므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이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발주자의 예산 확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노동시간 단축 인포그래픽(이미치출처=고용노동부)

대한상공회의소가 11일 발표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기업실태 조사’ 결과, 응답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애로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근무시간 관리 부담(32.7%) △납기‧R&D 등 업무차질(31.0%) △추가 인건비 부담(15.5%) △업무강도 증가로 직원불만(14.2%) △직원 간 소통약화(6.6%)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측은 “대‧중견기업의 어려움도 상당한 가운데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클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애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기보다는 정부가 현장애로를 면밀히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의견수렴을 할 방침이다. 곽병진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산업과장은 최근 ‘ICT분야 52시간 근무, 정답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지난 5월 말에 13개 협단체와 간담회를 열어 건의사항을 청취했고 노동부·기재부와 협의해 관련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며 “해당내용은 긴급장애대응, 법시행 이전 계약 건에 대한 처리, 공공의 초과 업무 요구 금지, 탄력근무 운용기간 연장 등이었고 업계가 요구하는 선택근무 등에 대해서는 향후 실태조사를 통해 의견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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