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안경선 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결의하고 이를 공식 입장으로 발표하면서 법원이 또다시 내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최기상)는 19일 법관대표 114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2차 정기회의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이 담긴 '재판독립침해 등 행위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결의해 발표했다. 이 안건의 표결에는 법관대표 105명이 투표에 참여하였으며, 투표 결과는 찬성 53명, 반대 43명, 기권 9명이었다. 반대와 기권표를 합치면 찬성과 1표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법관대표 1명이 탄핵촉구안에 거세게 항의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회의에서는 찬반 의견이 이어졌는데 재판의 독립을 흔든 판사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쉽지 않아 탄핵을 통해서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법관 신분 위협은 장기적으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을 흔들 수 있으며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식 의견을 모으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어 내부에서도 견해는 여전히 팽팽히 엇갈리는 분위기이다. 가까스로 채택된 법관회의 결의는 전자문서 형태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달됐지만 김 대법원장은 이틀째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처럼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이 불거진 배경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있었던 ‘사법 농단’이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대법원장의 수족인 법원행정처를 앞세워 행정부, 입법부에 불법적 로비를 하고, 상고법원에 반대 또는 비판적인 법조계를 전방위적으로 사찰하여 외압을 가하거나, 내부의 비판적 판사들을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하였으며, 심지어는 청와대와 '재판거래'까지 했다는 의혹이 있어왔다.

민변과 시민단체들이 탄핵 대상으로 꼽은 현직 법관은 사법 농단 연루 사실이 법원 내부 조사에서 드러나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이규진 전 양형위원 등 5명에, 강제징용 소송 지연에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대법관까지 총 6명이고 법원 자체조사로 징계 청구 대상이 된 인원은 업무에서 배제된 5명을 포함해 모두 13명이다. 하지만 검찰에서 조사 받은 판사들의 숫자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공소장에 관련된 자로 적시된 현직 판사는 임 전 차장과 함께 재판 개입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판사 3명, 사법 농단 관련 문건을 작성하는 등 임 전 차장의 지시를 이행한 판사 30여명을 포함해 50명에 육박한다.

이처럼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이 가시화 되면서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의에 불이 붙었지만 여,야의 온도차는 분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법사위를 중심으로 법관 탄핵에 필요한 실무 준비에 즉각 착수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자유한국당은 삼권분립을 위반한 행위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으며 바른미래당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야당의 반대 속에 헌정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 절차는 시작부터 순탄치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법원 안팎으로 논란은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대법원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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