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인적쇄신을 위해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으로 명망가 법조인을 영입했으나,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관련한 이견을 월권이라는 판단으로 최근 해촉했다. 문자 한 통으로 해촉당한 전원책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시간이 약이었는지 폭로할 것이 마땅치 않았는지 차분하게 자유한국당을 떠났다. 열정 가득했던 한 법조인의 한탄을 들으며 자유한국당의 변화를 ‘혹시나’하며 지켜봤던 국민은 다시 한번 실망하고, 기대가 컸던 국민은 분노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는 기대를 접은 국민들의 침묵이 더욱 소름 돋는 일일 수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최근 보수진영에서는 ‘반문연대’라는 용어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을 누님으로 부르던 윤상현 의원은 한 토론회에서 “대한민국 체제 붕괴의 전조를 목도하는 지금, 정치적 차이 운운하는 것은 사치스런 오판일 뿐”이라며 “보수통합이 아닌 반문연대의 기치 아래 모든 정치노선의 차이는 뒤로 하고 조건 없이 단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탈당파 리더인 김무성 의원이 "친박·비박 얘기가 나올수록 국민 지지가 떨어진다"며 "그런 경계선을 넘어서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임을 할 때가 됐는데 시도해보겠다"고 화답했다. 여기에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두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박정희 대통령을 천재라고 극찬하고, ‘반문’의 기치 아래 국민들을 통합해야 한다며 보수진영에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로써 ‘반문연대’가 보수대통합의 새로운 진로로 떠올랐다. 반문연대가 현실화된다면 보수진영은 다시금 국민들로부터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 적과 동지를 가르는 ‘연대’, 그 매력적인 구호
칼 슈미트(Carl Schmitt)는 ‘정치적인 것의 개념’이라는 글에서 정치적인 것의 고유성은 적과 동지의 구별에 있다고 했다. 도덕은 선과 악을 구분하고, 예술은 아름다움과 추함을, 그리고 경제는 이로움과 해로움을 구분하는 것이 기본 역할이라고 설명하면서 적과 동지의 구분은 인간 공동체의 필연적 귀결로 보았다. 그러니 반문연대는 정치의 속성상 자연스러운 귀결인지도 모른다. 인적 쇄신이 지지부진해 지고,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 또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것을 모두 덮고 ‘하나의 적’을 향해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진영간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려있는 현 상황에서 ‘반문연대’는 적과 동지를 명료하게 가른다. 정치세계에서 사람을 모으고 움직이기 충분한 구호가 될 수 있다. 세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 피상적 연대는 필패(必敗)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무엇이 변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이들에게 국민이 다시금 희망의 지지를 모아줄까? 무엇을 위한 반문연대인가에 대해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는 한, ‘적폐청산’ 사이다로 국민들의 마음을 현혹시켰지만, 갈증이 걷힌 후 정책성과를 따져 묻는 국민에게 ‘내일의 희망’만을 얘기하는 현재 집권세력과 다를 것이 없다.

결국 내부적인 변화의 결실 없이, 외형적인 연대는 멋있는 시작일 뿐이다. 이 시작으로 총선 1년 6개월여의 정치 공간을 끌고 가기는 무리다. 멋있는 시작으로 총선에 승부를 걸려면 1년 후 쯤, 더욱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표면화될 때 시작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그렇지 않고 지금 반문연대 시동을 걸면, 현재 보수진영 모두를 합한 지지율인 30%의 국민의 지지를 모을 수는 있겠으나, 이것으로는 딱 지기 좋은 정치지형일 뿐이다. 화자(話者)가 변하지 않고서는 확장성을 기대할 수 없다.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공적인 일에 대한 헌신, 정직한 삶을 증명해 줄 수 있을 만큼의 도덕성, 사람에 대한 존중의 태도, 이 세 가지 품성을 지닌 보수주의자들이 필요하다. 지금은 보수주의 철학의 빈곤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주의 신념을 실천할 사람에 대한 빈곤이다. 이를 위해서 자유한국당과 보수진영은 사람을 찾고, 키우고, 그들에게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 ‘내일’을 제시하는 보수 연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실천할 주체가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당초에 내부에서의 개혁 동력을 상실한 자유한국당은 외부 인물을 영입을 통해 개혁을 시도한 것 아닌가. 그런데 이마저도 패색이 짙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보수 진영의 본진인 자유한국당이 변화 없이 그럭저럭 버텨나가도록(muddling through) 보고만 있는 것은 보수진영의 반복적 패배의 길을 예약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필요하다.

제3지대에서 자유한국당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견제력을 갖춘 보수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하는 반문연대가 아니라 여의도 외곽의 보수 시민, 지식인, 유력한 보수진영 정치인들이 모이는 새로운 진지구축이 필요하다. 새로운 진지는 유력 주자들의 경쟁의 장이며, 새로운 인물들이 클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또 이는 자유한국당의 변모를 자극하는 채찍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변모에 실패한다면 이를 대체하면 될 일이다. 이 일에 황교안 전총리, 오세훈 전 시장, 유승민 의원 등이 함께 할 수도 있다. 운동권 세력을 대체할 수 있는 86보수 인물들이 합류하도록 문호를 열어야 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비로소 반문연대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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