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물가 등 서민 생활 물가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 메뉴 안내판에 인상된 가격이 손글씨로 쓰여 있다. 급격한 물가 인상을 실감케 한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숙박·음식점업의 대출이 고금리인 제2금융권 위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꺾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자영업종이 많은 숙박·음식점 업주들의 대출 상환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숙박·음식점업 대출은 15조5249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1.2% 증가했다.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은 수출입은행,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을 뜻한다. 예금은행보다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이 많아 대출금리도 높다.

숙박·음식점업 비은행 대출은 2014년 3분기부터 매 분기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4분기부터 2017년 3분기까지는 30%대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출의 '덩치'는 급격히 불어났다.

2분기 말 현재 대출 잔액은 불과 3년 전인 2015년 2분기(7조9705억원)의 2배로 늘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8년 1분기(5조3596억원)와 견주면 3배로 증가했다.

숙박·음식점업 비은행 대출 증가 속도는 은행권보다도 빠르다.

올해 2분기 말 은행권의 숙박·음식점업 대출은 37조5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6.0% 늘었다.은행 대출 증가율은 2014년 3분기∼2016년 1분기 두 자릿수를 달리다가 이후 내리 한 자릿수로 축소했다.

숙박·음식점업 대출이 비은행 중심으로 늘어나는 것은 자영업 과당 경쟁과 내수 부진이 얽힌 결과로 보인다. 숙박·음식점업은 진입 문턱이 낮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대거 은퇴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장년들도 숙박·음식점 창업에 나서면서 경쟁은 심화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15년 13.4%로 5년 전보다 9%포인트 쪼그라들었다.

창업 후 3년 생존율은 2015년 기준으로 숙박·음식점이 30.2%에 그친다. 전체 산업 평균(39.1%)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손님이 줄고 사업 이익이 줄면서도 생계 때문에 영업을 접지 못하는 숙박·음식점 업주들이 '버티기' 영업에 들어갈수록 비은행 대출이 늘어나는 특성도 있다. 1금융권인 은행 대출 한도를 모두 채운 탓에 더는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지면서다.

문제는 앞으로다.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외 정책금리도 오를 것으로 보여 숙박·음식점 업주들의 이자 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숙박·음식점업 2금융권 대출은 질이 상당히 좋지 못하고 위험도가 높은 대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영업자 지원대책은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경기 회복이라는 정공법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저임금의 탄력적 적용, 주 52시간제의 부작용 최소화 등 대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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