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중간)이 한국지엠 분리와 먹튀 관련 논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해 여야 의원 질타에 시달렸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국지엠주식회사의 연구개발(R&D)과 제조업 분야 법인 분리와 먹튀 논란을 놓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이 회장은 22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개최된 예금보험공사·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서민금융진흥원 대상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지엠 관련 질의에 대해 일관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 여야 의원의 질타를 받았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지엠 정상화 기본계약서가 체결되고 난 뒤 두 달만에 법인 분할이 추진된 건 사전에 분리를 철저히 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산은이 주장하는 만족스러운 합의가 아니라 GM(제네럴모터스)본사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지엠에 7500만달러(약 8000억원)을 지원할 당시 분리를 예상하지 못했느냐"며 "정상화 계약 체결 시 법인 분리를 못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징후를 느끼고도 계약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건 일을 잘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이 10년간 생산계획을 유지할 조건으로 8000억원을 출자하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4월 합의했다.

이 회장은 이 질문에 "GM과의 협상 마지막 날에 거론이 됐지만 논의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해 거절해 결국 경영정상화 방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8000억원 가운데 1차는 6월에 집행했고, 나머지를 연내에 집행하게 돼 있는데 정책적 판단에 따라 추가 집행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한국지엠은 비공개 이사회를 열고 신설 법인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사회 당시 10명의 이사 중 산은 측 3명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은은 한국지엠의 법인 분리가 정상적이지 않다며 인천지법에 주총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관련 업계에선 법인분리가 향후 한국 철수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산은은 법인 분리에 대해 17%의 지분을 지닌 2대 주주로서 거부권(비토권) 행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지엠 측은 "비토권 대상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이에 산은은 현재 권한 소송 제기를 예고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주총회장에 한국지엠이 안 넣어준 게 아니라 노조가 물리적으로 방해해 들어가지 못한 것"이라며 "주총에서 산은의 의견을 확실히 개진할 수 있어야 했는데 참석이 저지된 만큼 법적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19일 주총에서도 반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었지만, 한국지엠 노조가 회의장 진입을 저지하면서 주총은 예정보다 미뤄졌다. 이후 사측은 기습적으로 해당 안건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한국지엠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작성한 '17개 특별결의사항'에 법인분리가 포함되느냐는 논란도 일었다. 현재 17개 특별결의사항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17개 특별결의사항에 법인 분리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법률 다툼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명확한 답변을 못하고, 경영판단에 포함할 수 있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언급해서 계약에 넣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응답했다.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사에서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 전경 <사진=김민석 기자>

이에 대해 최 종 한국지엠 부사장은 다른 의견을 개진했다. 최 부사장은 "인천지법 가처분에서 보듯 법인 분할 자체가 주주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며 산업은행의 거부권 대상이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질문한 "법인 분리가 한국 철수와 관련이 있는지"와 "고용 약속 이행"에 대해 최 부사장은 "철수 의사는 없고, 한국지엠이 수립한 장기 정상화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응답했다.

이날 국감에선 한국지엠과 관련해 이 회장의 질의응답 태도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투자하고도, 한국지엠이 4조~6조원 손실을 보고 먹튀가 아니라고 하면 안된다"며 "이 회장은 국감장에서 정부를 대표하는 은행장이 아니라, GM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회장에 대해 "꼭 GM 사장같다"며 "심각한 무책임과 무능력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회장이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다는 것은 의원님의 자유로운 판단이시겠지만…"이라고 맞받자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이 회장의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고용진 더민주 의원의 "한국지엠의 경영회생방안에 디자인세트 강화에 대한 법인분리가 제안됐는데, 이 회장이 보기에 왜 GM은 R&D 분야를 독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에 이 회장은 "그 진의를 모르기 때문에, 회사의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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