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자연스럽게 발길이 자동출입국심사대로 향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여느 때와 달랐다. 비행스케줄이 몰리는 시간이었는지 지그재그로 늘어선 줄이 어림잡아 백여 명은 돼 보였다.

그제서야 출입국심사대 쪽을 보니 그쪽은 오히려 줄당 인원수가 어림잡아 20명도 안 돼 보였다. 저쪽으로 건너갈까 잠시 고민 했지만 이쪽은 한 줄 서기를 한 것이고 자동출입국심사는 어차피 빨리 빠지니까 잔류를 택했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첫 과정인 여권 스캔부터 실패하는 사람, 또 얼굴 인식 카메라를 안 봐서 몇 번이고 재시도를 하는 사람, 지문 인식이 안 돼 할 수 없이 되돌아 나오는 사람 등 게이트에 X자가 반복적으로 표시됐고 시간은 자꾸만 지체됐다. 가까이에서 누군가 “사전등록 시절이 좋았지”하는 짜증 섞인 목소리마저 들려왔다.

뒤에 긴 줄을 의식한 듯 실패 당사자가 느끼는 당혹감이 전해졌다. 이렇게 심사에 곤란을 겪는 이들을 돕는 직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친절한 목소리로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하세요” “카메라 렌즈를 보세요”라고 외치거나, 마치 아이의 홀로 서기를 지켜보는 부모인양 몇 번의 기회를 준 후에야 다가가 문제를 해결해줬다.

법무부가 10년 전 도입 이래 사전등록제로 운영해오던 자동출입국심사를 지난해 3월 1일부터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19세 이상 국민은 누구든지 사전등록절차 없이 이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도입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려워하는 이들이 있고 공항 입국장에서는 오늘도 기자가 겪은 것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빠른 수속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출입국심사대를 도입한 취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다음부터는 양쪽을 비교해보고 선택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법무부 운영 개선이 아쉽다. 같은 공항에서 서비스를 비교해보면 발권을 하거나 탑승수속을 하려고 줄을 서있으면 항공사 직원이 승객 옆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이들은 짐이 없는 이들에겐 셀프체크인을 이용하도록 권하고 또 필요시 같이 가서 도와준다. 탑승권 소지자와 여권사진을 비교 확인하기 위해 미리 해당 페이지를 펴놓는 것은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법무부도 미리 다가가 보면 어떨까. 양해를 구하고 여권 뒷면을 펼쳐봤을 때 사전등록 도장이 있는 사람이라면 서비스에 익숙한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도움을 줘 괜한 당혹감을 갖지 않도록 해야겠다. 편리한 시스템만 제공하고 끝이 아니라 잘 안착되기 위한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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