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달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에서 개회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전문가 등 의견을 검토해 입법예고안에 반영한 후 개정안을 다음달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계와 시민단체 양 측 모두 개정안에 반발하면서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다음 달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모두 개정안을 두고 반발하고 있어서다. 재계는 ‘기업 옥죄기’라며, 시민단체는 ‘재벌개혁을 포기한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내달 국회에 제출한다. 전속고발제 폐지,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 지주사의 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 강화 등이 골자다. 하지만 재계와 시민단체가 동시에 반발하면서 내달 국회통과 과정에서 진통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먼저 재계는 전속고발제 폐지에 우려를 표했다. 전속고발제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고발권이 남용돼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80년 도입됐다.

8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전속고발권 폐지는 검찰 직접 개입 가능성을 높여 기업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전문기관인 공정위 조사 없이도 누구나 고발이 가능해지면 기업 경영활동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며 “특히 해당기업의 가격이나 생산량, M&A, 입찰 등에 불만을 가지거나 이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때 ‘담합 고발’ 형태로 문제제기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대한상의도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고발남용에 대한 방지책 △중복조사금지 △기관 간 판단차이 발생 시 조정방법 △검찰의 수사범위 등을 제도상 명문화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이번 전속고발제 폐지가 범위가 한정돼 완전한 폐지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연성담합을 포함해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경성담합만 전속고발제 폐지 대상으로 한정했다. 따라서 상호 및 순환출자, 불공정 거래행위 등은 그대로 전속고발제가 유지된다. 시민 단체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공정위가 고발권을 독점하면서 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신고사건을 미뤄왔다”며 완전한 폐지를 주장했다.

재계는 지주사가 자회사와 손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도 문제 삼고 있다. 개정안은 지주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을 현행보다 10%포인트 올리도록 했다. 다만 기존 지주사엔 적용되지 않는다.

경총은 “자회사 설립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자금 소요가 크고 지주사 전환 내지 기존 지주회사의 구조개선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지주사 체제 전환을 장려한 기존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중견련은 “지주사 규제 강화 대상을 신규 지주사로 한정한 것은 기존 지주회사와의 역차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이 규제를 기존 지주사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는 “기존 지주회사를 빼는 건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개정안은 규제 사각지대로 불리던 총수일가 지분율 20~30% 회사와 규제대상회사가 50%이상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 등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경총은 “규제 규정이 모호해 특정 거래가 ‘부당거래’에 해당하는지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정상적인 계열사 간 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상의는 “지주회사는 본질적으로 다른 회사 지배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인 만큼 자회사 보유 지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지주회사는 내부거래 간접지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정할 때 총수일가의 간접지분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자회사 보유 지분율을 50%로 규정하면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와 시민단체 간 의견 충돌이 첨예한 상황에서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통과 여부는 불투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 측이 재계 입장을 근거로 현재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의당은 개정안이 미흡하다는 시민단체 지적을 토대로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의당은 지난 달 논평을 통해 “전속고발제 일부 폐지 합의는 재벌과 대기업 갑질을 효과적으로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과 비교해도 한참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5일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공정거래법 국회통과를 낙관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오늘도 국회의원 8명을 만나 법률을 설명하고 설득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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