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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시사 IF]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통과된다면?

기사승인 2018.09.13  1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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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둘러싸고 여야 간 입장 대립이 팽팽하다. 일단 국회 비준 동의 여부는 정상회담 이후로 연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들어 조속한 비준 동의안 처리를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판문점선언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대북경협 사업이 구체적이지 않은데다 북한 핵문제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바른미래당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결의안을 먼저 통과시키고 추후에 비준동의 여부를 논의하자는 제3의 입장을 내놓았다.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은 본회의에 상정하기 전에 외교통일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위원의 의견은 사실상 반반으로 나뉘어 있어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대통령은 당리당략을 거둬달라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으며, 임종석 비서실장은 설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만일 청와대의 설득이 성공해서 비준 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 북한의 목소리는 커지고 우리의 입지는 작아진다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는 북한에게 군사적 긴장완화 위한 일체의 행위 중단, 연내 종전선언 추진, 도로 및 철도 연결 보수 사업 등 2007년 10.4 선언에 포함된 경제협력 사업, 남북문화교류의 이행까지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분야의 다양한 의제의 이행을 법적으로 약속하는 행위다. 우리 스스로 법으로 합의이행을 강제토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핵포기 조치와는 별개로, ‘당국 간 합의뿐만 아니라 국회마저도 통과된 판문점 선언을 왜 이행하지 않느냐’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거친 발언을 우리 국민은 계속 들어야 할지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은 평양 정상회담 전에 비준동의가 이뤄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 남북실무교섭 과정에서 북한은 우리의 실천만 더욱 강요할 것이고, 우리 대통령의 운신 폭만 좁아질 것이다. 북한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남북대화의 목적은 단순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이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공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있다. 북핵문제 해결뿐만 아니고, 이산가족 상봉 문제, 환경오염이나 자연재해 공동 대응까지 다뤄야할 의제는 다양하다. 협상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이에 앞서 우리가 스스로 입지를 좁힐 필요는 없다. 이는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처리하자는 여야 원내대표 합의는 전략적으로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일방통행식 남북평화 구축시도는 자기분열·한미공조 약화 초래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내부에 있다. 국회의 정부 견제 역할을 상실하는 것이다. 판문점 선언은 경제협력,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등을 총망라한 매우 포괄적이고도 추상적인 내용을 담은 문서다. 국회가 이를 통과시킬 경우, 정부는 남북 간 세부적인 합의사안 추진에 부담을 덜게 된다. 설혹 무리한 남북합의가 이뤄진다고 할지라도 ‘국회가 통과시킨’ 판문점 선언을 명분으로 제시하면 만사형통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의회에게 주어진 핵심 역할 중 하나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다. 여러 가지 구설수로 지지율 36% 수준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위대한 지도자로 칭송할지라도 미 의회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재법을 발의하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있는 상황에서도 미 상원은 또 다른 대북제재법안(대북은행업무 제한에 관한 법과 대북에너지 공급 차단에 관한 법)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 표결만 남겨두고 있다. 국가란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일부 세력들의 의지와 능력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얘기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일방통행식으로 남북평화를 잡아보려는 시도는 우리 스스로의 분열과 갈등의 상처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

야당의 반대 논리에도 문제가 있다. 사실,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 논리의 핵심은 판문점 선언이 이행되면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것인데, 이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이 없기 때문에 심의가 되겠냐는 것이다. 또, 북핵문제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만 먼저 앞서가는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론, 옳은 지적이다. 그렇지만 판문점 선언이 비준동의 된다고 해서 재정이 곧바로 투입되기는 어렵다. 북핵문제에 대한 가시적 진전이 없는 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요지부동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야당의 반대가 트집으로 비춰질 소지도 있다.

오히려 야당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는 미국의 제3자 제재 조치(secondary boycott)에 걸려, 불편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HSBC를 비롯한 유럽 굴지의 은행들이 미국의 이란제재법 위반으로 50억 달러가 넘는 벌금을 문 사례가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따라서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 여부의 본질은 재정 투입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의회의 정부 견제력의 상실에 대한 우려이며, 전략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협상력 약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문제의 본질이다. 여기에 한미공조의 약화도 충분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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