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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다 했다’와 ‘우리가 해낸 거야’

기사승인 2018.09.10  15: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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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현 해외컨설팅 ‘피그말리온’ 대표이사

공공기관에서 글로벌팀장을 역임하면서 365일 내내 한 것이 전국 스타트업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이들 중 해외로 내보낼 만한 우수한 팀을 찾는 것이었다.

약 3500개의 기업에 대한 정보를 보며 훌륭하다고 판단되는 곳은 직접 미팅을 진행하며 그 회사에 대해 최대한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안을 들여다보니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었다.

이유는 대표의 리더십 때문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나르시즘이라는 게 있게 마련이고 그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대표가 기억해야할 것이 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다 했잖아’라고 말하지 않고 ‘우리가 함께한 거지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 보니 참으로 가관이다. 회사가 좀 잘 나간다 싶었고 경영수완도 뛰어난 듯하여 매우 큰 기대를 하고 만나보았는데 막상 얘기를 해보니 ‘내가 다 한 거나 마찬가지다’라는 말이 제일 많이 들렸다.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뛰어난 경영능력과 사업수완으로 정말 대표가 잘 리드한 것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혼자 다 했다고 믿는다는 것이 참으로 이해가 어려웠다.

정말로 혼자 다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혼자 다 했다고 말하지 않고 직원들 칭찬을 해주면 소위 ‘머리 위로 올라설까?’ 두려운 것일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에게는 다른 직원들은 손과 발에 불과할 뿐이었다.

물론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상하관계나 수직관계는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다만 생각하는 이가 아닌 명령하면 무조건 따르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나 의견조차 대표 본인이 다 낸 걸로 공로를 가져가 버리고 직원들의 공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제대로 된 기업문화는 아닐 것이다.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초반에 워낙 고생을 많이 했나 싶었다. 그런데 사실 고생 안 하고 사업 시작하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 최초 3명 정도 뜻이 맞는 이들끼리 시작한 후 시간이 흘러 뛰어난 감각 덕분에 사업이 확장되기 시작하여 어느덧 직원이 20명을 넘어서고 30명을 넘어서면서 제법 매출도 나오기 시작하고 큰 투자도 유치해내었다.

그러면서 사업이 더욱 본격화되어가고 있었고 나름 잘 나가는 스타트업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그 대표를 만나 얘기를 해보면 좀 의외다. 보통 오랫동안 같이 일한 초기 멤버들에게 매우 감사해 할 줄 알았는데 온통 불평불만 일색이다.

A는 너무 일을 할 줄 모르고 B는 정말 내가 데려다 키운 직원인데 내가 안 거두어줬다면 지금 굶고 있었을 사람이라거나 C는 능력이 안 되지만 인생이 불쌍해서 봐주고 있고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가 되고 회사다운 면모를 갖추면 다 정리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일궈온 사업 모두 다 본인이 일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즉 다른 이들은 모두 들러리고 사실 대표 본인이 다 기획한 것이고 본인이 다 세일즈 한 것이고 본인이 모두를 먹여 살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결국, 직원 중 쓸모있는 이들은 거의 없고 본인이 뛰어난 사업수완 덕분에 지금까지 사업을 일궈온 것이라고 했다. 영업팀장이 있어도 버젓이 대표 본인이 사실 다 영업을 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는가 하면 기술개발팀장이 있어도 사실 그는 할 줄 아는 게 한정적이고 결국 본인이 연구개발까지 다 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이것을 도대체 카리스마라고 봐야할지 아니면 진실이라고 봐야할지 혼란스러웠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우리가 같이했다’가 아니라 ‘내가 다 한 거야’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 대표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마음은 어떨지 헤아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사업을 할 때 분명 대표의 역할이나 아이디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인 흐름을 본인이 만들었음에 틀림없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대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미루어 짐작할 부분도 있다.

다만 리더로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설사 대표 본인의 역할이 80%였다 하더라도 함께 했다고 말하고 직원들을 격려하는 것이 맞지 않을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매번 어떤 계약 건을 따낼 때마다 대표인 내가 다 해냈다고 말한다면 함께 일하는 직원들 심정은 어떨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런 대표는 본인이 카리스마 경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어찌 보면 맞을지도 모른다. 리더십에 있어서 딱 한 가지 스타일만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카리스마 경영이 아닌 그저 못돼 먹은 리더십일 수도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욕심이 많고 다른 이들의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고 모두 다 혼자 해냈다고 생각하는 대표들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았다. 물론 이는 인간의 본성인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업에서라면 10년을 일한들 과연 어느 정도 직원들의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아도 답은 뻔하다. 그저 소모품으로 일하다 나오게 될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 무슨 지상낙원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리더가 혼자 다 했다고 생각하는 그런 곳에서 나머지 직원들은 오로지 소모품일 뿐이고 그렇게 소모품으로 5년을 보내게 되면 과연 그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자율을 주고 팀원들 하나하나 챙겨주면 이끌어가는 리더가 있는가 하면 무서운 채찍질로 정신없이 몰아 부쳐 제정신으로는 해낼 수 없었을 업적을 일궈내는 경우도 물론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무조건 한 가지 종류의 리더십만 효과가 있다고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자신과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격려가 없다면 그 회사가 과연 얼마나 오래 갈지 고민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대표가 상당 부분을 해낸 게 맞다 하더라도 함께 해준 직원들이 없었다면 정말 그 일이 가능했을까. 정말 혼자서 다 해낸 거나 마찬가지일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대표의 경우 정말 자신에 대한 과대망상을 갖고 있거나 혹은 어느 누구에게도 공로를 돌리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컨트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다. 그 취지가 어떤 것이든 간에 그 기업에서 일하는 이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행복하지 않은 게 다가 아니라 알리바바의 마윈이 말하는 것처럼 자신보다 더 똑똑한 이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회사가 되어야 하는데 젊어도 꼰대같은 리더를 보면 일할 맛이 안 나는 것이다.

심지어 본인이 틀렸고 부하 직원의 판단이 옳았을 때조차도 이를 절대 인정 않고 도리어 부하직원도 결국 대표 자신의 아이디어 대로 따라한 것뿐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한다.

그래서 리더는 리더로써 우리가 함께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을 줄 필요가 있고 직원들의 성장을 막아서는 안 된다. 또한 모든 공로를 다 가로채고 혼자만 잘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그런 보스라면 나중에 회사에 어려움이 있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는 반대로 자신의 잘못이나 오판이 있었음에도 불구, 결국 희생양을 찾아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데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직원이 잘한 것도 다 결국 자신이 준 아이디어로 자신이 시킨대로 해서 잘 나온 결과라고 말하는 이라면 회사에 문제점이나 손해가 생기면 자신의 경영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솔직히 인정하기보다는 직원들이 잘못한 것으로 몰아가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더 똑똑하거나 혹은 공로를 세워나가도 이를 인정할 줄 모르는 것은 진정한 리더의 자세는 아니다. 혼자만 영웅이고 싶고 원맨쇼를 하는 것이 자신의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고 믿겠지만 그런 기업이 과연 오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외부 주요 기업들과 협업을 이끌어낸 것이 회사의 대표라 할지라도 이러한 성과에 대해 다 같이 함께 일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어야할 것 같다.

‘내가 혼자 다 했다’는 마인드로 일하는 대표가 과연 행복할지 모르겠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만만 쌓여갈 가능성이 크다. 직원들이 월급 인상을 요구해 와도 ‘당신이 한 게 뭐가 있나 결국 내가 다 한 거다‘라고 생각하는 대표라면 그 회사는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대표 아래에서 일할 사람들도 나중에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회사에서 과연 직원들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컷 이용당하다가 ‘팽’당한다는 생각이 드는 회사에서는 몸을 사리고 시키는 대로만 하는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눈치 살피고 자신의 주장을 하는 순간 찍힐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면 당연히 아무런 주장도 안할 것이고 자율적으로 시도하는 것도 없을 것이고 명령과 지시를 받고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려고 하는 문화가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대표가 부재중이거나 할 경우 회사에 문제가 닥쳐도 이를 해결해내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회사의 ‘내공’은 거의 없는 셈이다. 왜냐하면 평소 대표의 지시만 따라 했기 때문이다.

대표가 내다보지 못한 변수나 대표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나타나도 이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이들이 거의 없게 된다. 그러면 대표는 이들을 무능하다고 욕하겠지만 사실 그게 바로 자신의 리더십 무능임을 깨닫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계속 사람을 버리고 다시 새롭게 구하고 또 1회용 화장지처럼 사용하고 또 아닌 것 같다고 하며 버리고 새로운 사람을 구하려고 한다.

정말 혼자 다 했을까. 그리고 그런 스타일의 리더십으로 이끈 회사가 과연 시스템과 체계를 갖추고 100년 이상 지속가능한 조직이 될 수 있을지 대표는 자문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자율성과 기본적인 존중감, 그리고 ‘내’가 아닌 ‘우리’가 해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는 있어야 지속가능한 훌륭한 기업문화를 일궈낼 수 있지 않을지에 대해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아무리 뛰어난 대표라도 혼자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 ‘나’를 잊고 ‘우리’를 기억해보면 더 좋은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더 큰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삼국지에서 유비나 조조를 보면 덕이 있는 듯한 유비보다는 조조가 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조조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대표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신의를 모르고 상도를 모르고 기본적인 리더십을 갖추지 못했다면 온갖 협박과 모략으로 어느 정도 어려움을 모면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래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골목대장처럼 살 수는 있겠지만, 그가 과연 큰 일을 해낼 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온갖 권모술수로 어느 정도 생존은 가능하겠으나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도덕성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그런 사람 밑에서 기꺼이 일하고 싶을 이들은 한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교세라 전 회장이자 경영난에 시달리던 일본 JAL를 극적으로 되살린 이나모리 가즈오는 ‘경영이라는 것은 경영자의 인격을 투영할 수 밖에 없다’며 ‘경영은 사람의 마음으로 쌓아올리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돈 좀 벌면 갑질하고 있고 사리사욕을 위해 온갖 권모술수와 배신행위 등도 다 허용되는 양 군다. 하지만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어떤 가치를 구현하고 싶다는 뚜렷한 경영철학이 없다면 돈 많은 양아치가 되어갈 뿐이다.

그런 이가 과연 50년 100년을 가는 기업을 일굴 수 있을까. 착하지 않아도 부지런한 이가 이길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릇된 경영철학으로는 장기적으로 갈 수 없다. 인재들이 그의 주변에 올 리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빼고는 그 누구도 영웅이어서는 안되는 보스와 자신의 주변에 인재 영웅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게 하는 리더와의 차이는 누구나 그 끝을 대략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신이 영웅이 되고자 자신의 직원들과 싸우고 밟고 짓누르는 이라면 그의 주변에는 수족같은 이들만 있게 될 뿐 결국 진정한 인재들이 오게 될 가능성은 낮아지고 그렇게 되면 돈으로 사와야 할텐데 같이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가 없는 만큼 결국 사업도 잘 꾸려지게 될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자신만이 영웅이고자 하는 초나라의 항우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한나라 유방과의 싸움에서는 결국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해준 리더를 많은 인재들이 따름으로써 결국 유방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는 것은 경영리더십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도 자신의 주변에는 자기보다 더 똑똑한 이들이 많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리더보다 더 똑똑하면 안되고 더 공을 세워도 뺏기는 기업분위기라면 인재들이 올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 소위 말하는 악덕기업들이 잘 나가는 것에 관해서는 설명이 어렵지 않으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뚜렷한 경영철학이 없고 구현하고 싶은 가치가 없고 자신만이 옳아야 한다는 꼰대 보스가 이끌어 가는 회사가 얼마나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100년 200년 넘도록 생존하고 있는 기업들이 모두 윤리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다만 경영리더십이라는 점에서 보았을 때 가장 기본에 충실하는 것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즉 ‘내가 다 했다’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해냈다’는 경영마인드를 갖는 것이 그것이다.

백세현 onelifeoneworld11@gmail.com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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