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다대산업단지에 위치한 대선조선소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내 조선업계에도 양극화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대형조선소가 시황 개선에 힘입어 과거 명성을 회복중인 반면 중소조선사들은 영업 활동까지 포기해야 할 정도다.

16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달에만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01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중 절반에 가까운 97만CGT을 수주하며 14%에 그친 중국을 두 배 이상 제치고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는 7월까지 누적 수주량은  645만CGT를 기록하며 중국 501만CGT, 일본 159만CGT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성동, 대한, SPP, 대선, STX, 한진, 한국야나세, 연수 등 중소조선사들의 실적은 대형사들의 2%도 안되는 10만1000CGT에 그쳤다.

한국수출입은행 조사에 의하면 상반기 중소조선사들의 총 수주 금액은 4억7000만 달러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5%나 급감한 것으로 회복기에 접어든 대형조선사들과는 달리 날이 갈수록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모습이다.

중소조선의 위기는 선박의 대형화와 고부가가치화가 전세계적 흐름인 동시에 낮은 인건비로 무장한 중국의 추격으로 국내 중소업체를 찾는 선주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동조선해양은 지난 4월 법정관리 탓에 건조의향 계약까지 체결한 유조선(MR 탱커) 5척이 수주가 취소되며 선수금까지 돌려줘야 했으며, 이번 클락슨이 발표한 조선소별 수주잔량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조선사들의 현재 상황은 영업마저 포기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일감을 따와도 금융권에서 RG발급을 거부하는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가까스로 법정관리를 피한 STX조선해양 역시 RG발급 문제로 수주했던 선박 4척에 대한 본계약을 취소해야 했다.

저가 수주가 아닐 경우 가급적 지원하겠다던 산업은행이 입장을 바꿔 "비핵심자산 매각이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준이라면 최근 수주한 2척의 선박에 대한 RG발급은 요원하다.

올해 중형조선소의 건조량은 지난 1분기 탱커 10척에 이어 2분기에는 탱커 5척에 그쳤다. 상반기 중 선박을 건조 및 인도한 중소조선소는 대한조선, STX조선, 대선조선 3개 조선소에 불과하다.

금융권에서는 대형조선소에 비해 중소조선에 대한 RG 발급을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해 왔다. 게다가 2013년부터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대형·수출용 선박 건조 중심으로 자금을 지원하면서 중소조선사들은 시중은행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산업통상자원부의 분석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 관계기관 합동으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소조선소들이 이 같은 어려움을 고려해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시장보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중소조선소들이 시중은행이 요구하는 수준의 신용도를 확보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약속한 구체적 대책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법정관리 진행중인 성동조선은 최근 매각 절차에 착수했으며, 다음달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올해 연말까지 매각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또 다른 중소조선소인 대선조선 역시 매각을 진행 중에 있지만 인수자가 나타날지 미지수다.

정미경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은과 수은이 RG발급을 보장하지 않는 한 민간중견사업가가 인수하기도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중소조선이 강소조선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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