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백화점 지하 1층 식품코너에서 판매하고 있는 과일. <사진=최유희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지혜·최유희 기자] “몇 주째 가격이 (100g당) 몇 백원씩 올라서 감자나 당근은 몇 개 담으면 가격이 훅 올라가 부담이 된다. 일부러 밤에 와서 세일 스티커 붙은 것을 사거나, 당장 먹을 것은 채소 세일코너에서 구매하고 있다. 그 때 그 때 보는 장이니까 더 신선한 재료에 욕심이 나지만 비쌀 때는 이렇게 아끼고 있다.”

13일 밤 10시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 통상 대형마트에서 일주일치 장을 보는 주말이 막 지난 월요일 밤이지만 사람들이 제법 북적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폐점 시간이겠으나 최근 폭염과 열대야로 자정까지 연장 영업을 하고 있다. 무더위를 피해 밤에 여유롭게 찾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신선코너 마감 세일 찬스 때문에 이 시간에 찾는 이들도 다수다.

목동에 사는 류수연씨(가명·42세)는 “작년에 수박을 1만7000원 주고 사면서 비싸다고 여겼던 게 기억이 나는데, 올해는 큰 통(7~8kg)이 3만원 가까이 한다. 누구는 비싸면 다른 것을 먹으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사람이 좋아하는 것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냐”며 “여기는 그래도 5000원 할인을 해서 싼 편이라 기분 좋게 담았다”고 말했다.

전업주부 김민경씨(가명·54세)는 “추석 때는 안 그래도 비싸질텐데 지금부터 이렇게 비싸면 얼마나 가격이 올라갈지 겁이 난다”며 “흉년·풍년에 따라 가격 변동은 늘 있지만 올해는 좀 심하다. 먹는 것은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정부 대책이 아쉽다”고 말했다.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과일·채소는 말라죽고, 수산물과 축산물은 고온에 폐사하고 있다. 이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장바구니 물가를 오르게 하고 고스란히 식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약 2만5000원하는 수박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KAMIS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들어 채소류, 농축수산물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도매가 기준 품목별 월간 동향을 살펴보면 8월 들어 폭염으로 밭에서 자라는 과일 작황이 특히 나빴다. 수박은 전월(1개/1만6243원) 대비 49% 상승한 2만4213원, 참외는 전월(10kg/2만9303원) 대비 29.82% 증가한 3만8044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한층 상승폭이 극명하다. 지난해 8월 1만5447원에 판매되던 수박(10kg)이 올해는 65.2% 상승한 2만5514원, 2만2564원에 판매되던 참외(10kg/2만2565원)가 38.5% 상승한 3만1247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채소류에서는 시금치, 배추, 무가 특히 많이 비싸졌다. 시금치는 전월(4kg/2만2727원) 대비 113.74% 상승한 4만8378원에, 배추는 전월(10kg/1만4012원) 대비 47.40% 상승한 1만5333원, 무는 전월(18kg/1만7415원) 대비 51.59% 상승한 2만64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전년동기 대비해서는 시금치(4kg/3만8555원) 25.99%, 배추(10kg/1만5211원) 0.802%, 무(18kg/1만9460원)으로 35.66% 각각 증가했다.

aT는 치솟는 신선식품 가격에 대해 “기온이 평년 보다 높고 강수량이 적은 데 따른 작황 부진”이라 며 “폭염이 장기화하면 예년보다 열흘이나 일찍 찾아오는 추석 차례상 물가도 예년보다 높아질 전망”이라 내다봤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돼지고기를 고객들이 구매하기 위해 고르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과채류 뿐 아니라 무더위에는 축산물과 수산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위에 민감한 가축이 집단 폐사하고, 인근 바다 수온이 올라가서 인근 어류 품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양식 어장 역시 수온이 상승함에 따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관리에 들어가 공급량이 급격히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물오징어 1kg은 8963원에 판매됐으나, 올해 18.48% 상승한 1만620원에 판매되고 있다. 소고기(1㎏)는 1만7902원으로 7%, 닭고기(1㎏)는 1848원으로 11.3% 정도 예년대비 인상됐다.

대형마트 체인 홈플러스 관계자는 “수박은 무더위로 자체 생장 장애가 있는데, 또 소비는 증가해서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모든 신선식품이 가격이 폭등한 것은 아니고 일부 제품이 그러해서 가격이 오른 것”이라며 “산지를 다양화하고 현지 공급 증대를 유도 중이고, 시세는 올랐지만 카드할인 등으로 고객이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을 최소로 느끼게 하려고 대처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폭염이 장기화되면 한 달여 남은 추석 물가도 우려되고 있다.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공급량이 줄어들며 가격 상승 여파가 한 달 이상 계속될 수 있어서다.

13일 취임식을 가진 이개호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국민께서 추석 상차림을 걱정하지 않도록 농축산물 수급대책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며 “무든 배추든 감자든 모두 가격이 평년보다 2배 정도로 유지돼 걱정이고, 폭염이 10일가량 지속하면 피해는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우려돼 특단의 조치를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농협이 비축한 감자 물량 1만여t 가운데 일부를 시장에 내놓도록 요청하는 등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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