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대치동 선경1·2차가 인근 개포우성1차와의 통합재건축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대치선경아파트.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올해 들어 아파트 재건축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 사업성이 악화되며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활로를 찾기 위해 여러 단지를 묶어 재건축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13일 재건축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지구 중층 단지인 개포우성3차와 개포현대1차, 개포경남1·2차 등 세 단지가 통합 재건축 추진에 나선다.

앞서 통합 추진하던 개포우성3차·개포현대1차 재건축에 개포경남이 합류했다. 개포경남은 그동안 소유주에게 통합재건축 동의서를 징구한 결과 지난달 11일 기준 동의율 53.5%를 달성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동의율 50%를 넘으면 통합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구성이 가능하다.

세 단지는 지난달 15일 재건축 협약을 맺은 후 통합재건축 출발을 알렸다. 세 개 단지가 합해지면 개포동 양재천변에 약 3000가구 규모 랜드마크 단지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세 단지의 규모와 사업 속도가 비슷한 점도 통합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개포우성3차, 개포현대1차, 개포경남 모두 1984년 준공됐다. 이에 나란히 2014년 재건축 연한을 넘기고 그해 말 안전진단을 받았다. 또한 모두 13~15층 중층 단지로 구성됐으며 새 단지 합해 1500가구 규모를 갖췄다.

세 단지의 기존 가구 수는 400~600여가구 수준이라 재건축을 각각 진행하면 최대 1000가구 정도가 된다. 통합 재건축을 하면 3000가구 정도의 매머드 단지가 될 수 있다.

임병업 현대1차 재건축 예비추진위원장은 “협약식을 마치는 대로 통합 재건축 추진을 위해 정비구역 변경에 관한 동의서를 모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광역시 달서구에 4개 단지 489가구로 구성된 남도ㆍ라일락ㆍ성남ㆍ황실아파트도 통합재건축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건축업계 등에 따르면 남도ㆍ라일락ㆍ성남ㆍ황실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지난달 14일 통합 재건축 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이로써 공사비 예가 1500억원 규모의 통합재건축사업이 본격화를 알리게 됐다.

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돼 이달 중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곧바로 시공자 선정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추진위는 이르면 오는 11월께 시공자선정총회를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대구 달서구 장기로22길 9(성당동) 일대에 위치한 남도ㆍ라일락ㆍ성남ㆍ황실아파트는 통합 재건축을 통해 832가구로 신축될 예정이다.

강남구 대치동 선경1·2차도 인근 개포우성1차와의 통합재건축을 검토하고 있다. 대치선경1·2차 재건축 관계자는 “조만간 통합재건축사업 추진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라며 “인근 대치우성1·2차와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발족을 위해 내부적으로 중지가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1983년 12월 공사를 마친 선경아파트는 대치동 아파트 삼형제(우성·선경·미도) 중 하나로 불린다. 재건축 시장에서 정부가 주택 경기 살리기에 나서며 재건축 3대 악재라 불리는 부동산 3법(연한 단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민간택지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마련한 2014년, 선경아파트는 인근 우성아파트와 미도아파트와 함께 재건축 안전진단을 손쉽게 통과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통상 단일재건축은 혼합채산제로 추진된다. 하지만 통합재건축은 독립채산제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권리가액을 결정할 때 여러 단지가 동등한 수준에서 책정하는 혼합채산제와 달리 독립채산제는 세대수는 통합하되 단지별 분양 계획과 부담·환급금은 단지별로 별도로 책정하는 방식이다.

통합재건축의 장점은 매우 선명하다. 정비구역 자체가 통합되면서 기존 단지마다 갖고 있는 태생적 입지적 제약이 상쇄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혜택이다. 또 우선 미니신도시급 규모 단지가 한 브랜드로 통일될 때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재건축 전문가들은 통합재건축의 장점인 ‘규모’가 주민들의 중지가 모아지느냐 여부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에 각 단지별 이해관계가 상이한 만큼 이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위준복 한국주택문화연구원 기획실장은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면 주민 편의시설이나 조경을 넉넉하게 배치하고 입체적 스카이라인 조성이 가능하다”며 “미니신도시급 규모 아파트가 단일 브랜드 랜드마크 단지가 되는 만큼 재건축 후 지역의 시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단지 간 지분 차이와 단지 사이 도로 문제 등 아파트 간 이견을 좁히는 과정이 어려운 게 단점”이라며 “통합재건축은 각 아파트 주민들 간 의견을 일치하는 것이 사업 성패의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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