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 시장이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여의도 일대 아파트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에 여의도 일대 아파트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용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박 시장이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로를 지하화하겠다”고 개발 계획을 강조하면서 용산 일대 아파트값이 덩달아 뛰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화에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그 열쇠를 거머쥔 서울시장이 정반대 행보를 보이면서 집값 과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 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박원순 시장은 지난 10일 동행 기자단 간담회에서 여의도·용산 개발 청사진을 밝혔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재개발하기 위해 서울역~용산역 철로는 지하화하고 지상에 MICE(△Meetingㆍ기업회의 △Incentive tripㆍ포상관광 △Conventionㆍ컨벤션 △Exhibitionㆍ전시회) 단지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복수의 여의도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박 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발언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1일 재건축 추진 아파트 매물의 호가가 최고 2억원가량 올랐다. 시장에 내놓은 매물 9건 중 8건의 거래가 체결되는 한편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대교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교아파트는 전용면적 95㎡가 12억원에서 지난주 13억원으로 뛰었다”며 “집주인들도 얼마를 부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정아파트도 박 시장 발언 이후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최고 매매가가 9억원에 형성됐던 수정아파트 전용면적 74㎡는 박 시장 발언 후 11억원에 매매됐다. 

여의도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자는 “박 시장이 임기 초반부터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강조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1억~2억원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날 박 시장은 “서울역∼용산역 지하화 구간에 MICE 단지와 쇼핑센터가 들어올 것”이라며 “철로 상부 공간을 덮고 대학 캠퍼스, 도서관, 병원이 들어선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 프로젝트와 유사하게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촌동 대림아파트는 대표적인 호가 상승 단지다. 인근 공인중기사사무소 관계자는 “이달 초 호가가 14억원이던 전용면적 84.78㎡ 매물이 철도 지하화 등 용산 마스터플랜을 언급한 박 시장의 발언 이후 약 5000만원 뛰었다”고 설명했다.

기대를 타고 용산 단독주택에도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후암동 98.2㎡ 단독주택 경매에는 응찰자 105명이 몰렸다. 서울 부동산 법원 경매에서 개별 건 응찰자가 100명을 넘긴 것은 10년 만이다. 이 단독주택은 기존 감정가 2억8375만원이었지만 응찰자가 몰리면서 감정가의 229%인 6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박 시장의 여의도와 용산 개발 발언과 관련해 “구체적 실체 없이 호가만 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개편 등 ‘집값 잡기’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핵심 지역을 관장하는 서울 시장이 투기 심리를 자극하는 개발 계획을 성급하게 내놨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노우창 한국주택문화연구원 기획1실장은 “대규모 개발 사업은 세밀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졌다 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는데 불확실성을 낳는 큰 그림만 제시하면서 호가만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은 아직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여의도는 빠르면 오는 9~10월에 발표될 예정이었는데 이른 시기에 개발 계획이 언급되면서 계획 수립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발 호재만 믿고 투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여의도는 강남에 비해 학군이 떨어지고 사교육 시설이 부족해 거주지로서의 기능은 주목받지 못하는 곳”이라며 “실거주 측면에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듯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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