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각각 명칭은 다르지만 영업점에서 고령자 전용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배승희 기자>

[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은행들이 노인 전용 창구를 만들어 운영 중이지만 일부 직원이나 청원경찰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노인 당사자들도 전용 창구에 대해 잘 몰랐다.

은행들은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전용 창구를 각 영업점에 배치했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 고객도 함께 응대하는 은행도 있다.

노인 전용 창구는 실제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19~20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영업점 한곳씩을 임의로 정해 방문했다.

KB국민은행은 ‘고령‧장애인 금융소비자 전담창구’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었다. 국민은행 한 영업점 담당 직원은 “평소에는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일반 고객을 응대하다가 투자 상품에 관심이 있는 어르신들이 방문하면 그분들 업무를 우선적으로 처리한다”며 “일반 예금은 다른 창구에서도 이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는 담당 직원이 바쁠 경우 VIP팀장이 노인 투자 고객을 응대한다고 했다. VIP실은 은행 안쪽에 따로 자리가 마련돼 있어 바깥 창구에 비해 편안하게 상담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신한은행은 ‘어르신, 장애인을 위한 마음 맞춤 창구’라는 이름으로 전용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주거지역에 위치한 한 영업점 담당직원은 “우리 지점의 경우 일반 예금 창구는 서서 업무를 봐야 하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장애인 분들이 이용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다”며 “그럴 때는 투자 상품에 관심 있는 고객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응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에 있는 우리은행 한 영업점에는 '어르신 전용 창구'가 PB팀에 마련돼 있었다. <사진=배승희 기자>

우리은행에는 ‘어르신 전용 창구’가 마련돼 있다. 다른 은행들과는 달리 장애인 전용 창구와 분리해 운영 중이다.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영업점에서는 어르신 전용창구를 ‘투 체어스’(Two Chairs)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은행 PB 담당 차장이 전담하고 있었다.

그는 “노인 분들께는 설명을 더 자세히, 쉽게 해야 하고 어르신들이 하는 이야기도 잘 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응대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특성상 외부 창구에 노인 전용 창구가 마련돼 있으면 다른 손님들 불편이 커질 수 있어 우리 지점에서는 안쪽에 있는 PB 고객실에 어르신 창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르신 고객들은 담당자가 바뀌는 걸 싫어하고 한 번 은행을 이용하면 충성도가 굉장히 높아 잘 옮기지 않는다”며 “젊은 고객들보다 은행에 맡기는 자산 규모도 크기 때문에 어르신들을 잘 응대하는 게 지점 입장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방문했던 KEB하나은행 영업점에도 안쪽 VIP실에 노인 전용 창구인 ‘행복동행금융창구’가 마련돼 있었다. 이 담당자 역시 “아무래도 노인 고객을 응대할 때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안쪽에 있는 VIP실에 마련해 두는 편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 한 영업점에서는 ‘올백(All100)플랜’ 라운지에서 부지점장이 어르신 고객을 주로 응대하고 있었다. 올백플랜은 농협은행 은퇴설계 특화 상담창구다.

이 부지점장은 “어르신들은 가진 재산을 지키고 싶어 하는 보수적인 고객이기 때문에 정기예금 위주 상품을 권하고 있다”며 “아무리 교육 수준이 높은 어르신이라고 해도 주식이나 펀드 등 투자 상품에 대해 전혀 모르면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인 전용 창구는 꽤 잘 운영되고 있는 듯했다. 투자 용무가 아닌 입출금, 세금 납부 같은 단순 업무가 목적인 노인들은 청원경찰이 기계에서 일처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어르신들이 은행을 방문할 때 청원경찰을 가장 먼저 만나기 때문에 그들 역할이 중요해 보였다.

은행을 이용하고 나온 한 노인은 “경찰복 같은 옷을 입은 젊은이가 잘 도와주기 때문에 은행 이용에 불편함은 없다”면서도 “노인 전용 창구가 있다는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인 역시 “그런 게 있었어?”라며 반문했다.

또 다른 노인은 “전용 창구가 있다는 것은 몰랐지만 은행에 돈 들고 가면 VIP실에서 알아서 잘 해준다”며 “돈이 더 있으면 은행에 자주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방문했던 5대 시중은행 영업점에는 수많은 상품 홍보물들이 걸려 있었지만 그중에 노인 전용 창구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홍보물은 없었다. 청원경찰이나 일부 은행 직원조차 노인 전용 창구에 대해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들마다 담당하는 업무가 달라 노인 전용 창구가 있다는 것을 잘 몰랐던 것 같다”며 “담당 창구를 두긴 했지만 해당 창구에서 오로지 노인들만 응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담당자가 아니면 모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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