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이어간 최저임금 여파가 심상치 않다. 후폭풍을 직격으로 맞게되는 소상공인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에 중소기업까지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평소 재계 대변인을 자처하던 경제 단체들의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얘기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지난 14일 이들 단체는 각각 논평을 내고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대한상의는 “경제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년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인상돼 아쉬움이 크다”며 “정부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저소득층 일자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경총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업종별 차등적용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직접 행동에 나설 듯 했던 양대 경제 단체의 목소리는 이 논평이 마지막이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저임금 결정 직후 각종 집회를 계획하고 노사 자율 근로계약서 배포를 예고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는 동안 이들 단체는 논평 이후 대책을 내거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계 대표를 자처하던 단체들의 움직임이라기엔 실망스럽다. 지난해 수차례 국회를 방문해 정책 건의와 기업 대책을 요구했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적극적이던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후속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의 제기’ 정도가 후속대책의 마지노선인 듯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저임금 논란과 관련해)연구나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온 게 없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 역시 “이의 제기는 매년 해 온 만큼 이번에도 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저희 쪽에서 추가적으로 마련 중인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앞서 나가는 건 ‘동생’ 격인 소상공인연합회다. 17일 소상공인연합회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업종별·지역별 강력 투쟁을 선언했다. 오는 24일 총회를 거쳐 △대규모 집회 △최저임금 수용 거부에 따른 노사 자율 근로계약서 홍보 및 배급 △5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 적용 부결에 대한 이의 신청 △범소상공인생존권운동본부 조직 등을 골자로 하는 지역·업종별 맞춤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동생이 버거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사이 재계 형님들은 동생 뒤에 숨어 눈치만 보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 입에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이미 결정한 상황에서 (경제단체가)꺼낼 수 있는 카드는 없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자처’하는 재계 대변인이 아닌 ‘진짜’ 재계 대변인으로 거듭나려면 재계가 어려울 때 실질적 행동에 나서야만 한다. 소상공인연합회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끌어주는 '형님'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한상의는 재계가 정말 필요로 하는 지금과 같은 순간에 나서야 ‘진짜 재계 대표’로 거듭 날수 있다. 경총도 새 부회장을 선임해 ‘혁신’을 노리는 시점에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그저 논평 몇 줄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면 그들에겐 차라리 펜을 잡는 기자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재계 대변인이 움직여야 하는 건 펜이 아니라 발이다. 위험 부담만 계산하면서 행동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단체 역할론은 점점 더 희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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