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에서 제외되는 대구 달서구 용산동에 위치한 농협 하나로 마트. 수돗물 사태 이후 대구 시민들이 수돗물을 믿지 못하겠다며 생수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이뉴스투데이 최유희 기자] #대구 달서구 용산동에 사는 박혜경(23·여)씨는 22일 저녁 대형마트에 가서 생수 2ℓ가 6개씩 포장된 대용량을 구매해 베란다 한 켠에 쌓아뒀다. 마시는 물 뿐 아니라, 밥과 국을 할 때도 생수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반면에 설거지는 물론이고 샤워하고 머리 감을 때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어 계속 찜찜한 상태다. 박 씨는 친언니가 갑상선 수치가 좋지 않은데, 과불화화합물이라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대구 수돗물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화가 났다.

지난 22일 낙동강에서 취수한 대구 수돗물에서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구 시민들이 불안에 휩싸였다. 검출된 성분이 체중감소와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갑상선 호르몬 수치 변화 등을 일으킨다는 동물 실험 결과도 나왔다.

25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대구 수돗물 사태’ 이후 대형마트에서 생수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긴 행렬 사진이 끊임없이 공유되고 있다. 수돗물 마시기를 꺼려하며 수돗물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25일 오전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오전 대구 달성군 매곡정수사업소를 방문해 “대구 수돗물 안심하고 드셔도 괜찮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대구 지역 방송 TBC는 “매곡·문산정수장 검사 결과를 입수, 매곡 정수장에서 환경호르몬인 과불화헥산술폰산이 검출된 농도는 258.3ppt로 한달 전보다 92.7ppt나 높아졌다”고 보도해 불안과 불신이 한층 커졌다.

과거 낙동강 페놀 사태 등으로 식수 대란을 한차례 겪어본 대구 시민들은 수돗물, 심지어 정수기 물조차 믿지 못하겠다며 생수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대구 소재 주요 대형마트와 수퍼마켓 등 생수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지난 22일 대구 북구 산격동에 위치한 코스트코에는 생수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달서구 용산동에 사는 박동성(29·여)씨는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 ‘또?’라는 생각이 들었다. 91년 ‘페놀 파동’ 식수 오염 사태도 그렇고 왜 계속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모르겠다”며 “여태껏 일부러 물을 끓여서 먹었는데 그러면 농도가 높아진다고 하니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 지금은 생수를 사먹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가 있는 대구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성구 범물동에 사는 6살배기 쌍둥이엄마 강인경(37·여)씨는 “수성구 물은 운문댐 물이라 상관없다고 하나, 신경이 쓰이긴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마실 물이라도 정수기 물이 아닌 생수를 먹이고자 긴 줄 행렬에 동참해 생수를 구매했다”며 “유치원에서도 부모들이 물 때문에 걱정을 하니, 아이들 마실 물을 각자 집에서 가지고 오라고 한다”고 전했다.

대구 지역 돌잔치 스냅사진 작가인 도현승(30·남)씨는 “매주 주말 돌잔치 스냅사진을 촬영을 위해 수많은 돌잔치에 참석해봤는데, 뉴스 보도 이후 애기엄마들이 생수통 2L짜리를 들고 돌잔치에 참석하더라”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기한 광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 생수 카테고리 '제주 삼다수' 판매 공지에 '대구지역 생수 배송지연 공지 안내문'이 띄워져있다. <사진=티켓몬스터 홈페이지 캡쳐>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돗물 파동 보도 이후 22~23일 이틀 주말 동안 대구 시내 대형마트 생수 판매량이 급증했다. 폭염특보 등 날씨가 더워진 탓도 있지만 수돗물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일부 마트에서는 재고가 동이 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1.7ℓ와 2ℓ 용량이 6개씩 포장된 것이 인기였다.

대구 시내 이마트 생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9%,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235% 매출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역시 22일 약 1000%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보였으며, 23일에도 약 300% 가량 신장했다.

여러 대형마트에선 갑작스레 생수 판매량이 늘면서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인 24일 일요일, 의무휴업일 규제에서 제외되는 달서구 용산동에 위치한 농협 하나로마트에는 기존 생수 진열 코너 뿐만 아니라 중앙 통로에도 생수가 진열돼 있는 등 생수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매장에서 생수가 동이 나자, 온라인 쇼핑몰로 생수 주문이 몰리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의 경우 대구지역 수돗물 이슈로 인해 주문량이 평소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배송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길게는 7일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안내문을 생수 카테고리에 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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