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민금융지원센터 모습[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의 초점을 부실 가능성이 큰 취약계층에 맞추고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다.

부채를 보유한 평균 계층에서 부채 대비 소득·자산이 취약해 금리 인상기에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는 계층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것이다.

정부는 미시적인 지원책과 함께 서민금융 지원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상환액이 일정한 변동금리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금리가 더 낮은 대출로 갈아타기 쉽도록 중도상환수수료를 인하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계부채 문제를 평균주의에 입각해 접근하다 보니 규모나 속도 등 총량, 차주의 신용도 등을 토대로 시스템 리스크가 없다는 식의 결론을 내렸지만 최근에는 차주 분포 중 하위에 있는 어려운 사람, 고통을 겪는 사람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면서 "취약차주 관련 통계를 꾸준히 내고 이들을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는 것이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취약차주 부담이 커지는 만큼 다양한 대응책을 동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2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말 고위험가구는 34만6000가구로 부채를 진 전체 가구 대비 3.1%였다. 2016년 3월 말(31만2000가구)보다 3만4000가구 늘었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 대비 고위험가구가 3.1%에서 3.5%로 0.4%포인트 올라간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2%포인트 상승시엔 전체 고위험가구 비중이 4.2%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봤다.

고위험가구는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고 자산평가액 대비 총부채(DTA)가 100%를 넘는 가구를 뜻한다. 소득이나 자산매각으로 부채를 상환하기 어려운 가구가 점차 늘어난다는 의미다.

정부가 제시한 첫번째 처방전은 연체 전후 취약차주에게 원금상환이나 담보권 실행을 유예해주는 것이다.

연체 발생 전에는 원금상환을, 연체 발생 후에는 담보권 실행을 유예해준다.

정부는 금융사들이 이런 조치를 소극적으로 이행하는지 점검 중이다.

연체 발생 자체를 줄이고자 전 금융권의 연체금리를 약정금리에 3%포인트를 더하는 수준으로 낮춘 것과 같은 취지다.

연내에는 한계차주를 대상으로 금융권 공동 SLB(Sales & Lease Back)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이는 대출을 상환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일단 이 프로그램에 주택을 매각하고 임대로 거주하는 방식이다. 5년이 지난 후에 주택을 재매입할 기회가 부여된다.

제2금융권 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금리 연 3%대 보금자리론 상품도 주택금융공사에서 지난달부터 판매 중이다.

제2금융권에서 연 5% 변동금리 일시상환 조건으로 2억원 상당의 주택대출을 받던 사람이 30년 만기 전액분할 원리금균등상환 보금자리론 상품으로 갈아타면 이자 납입액이 총 1억7057만원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서민금융 지원 체계는 전면적인 개편을 준비 중이다.

채무조정 때 현재 60%인 감면율을 더 높이고 상환 기간은 단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쉽게 말해 갚아야 할 원금을 줄이되 상환 기간을 줄여 더 빨리 연체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0일 부산 남구 문현2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주택·서민 금융 소비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금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를 돕고자 정책 서민금융상품 체계를 개편하고, 영세 상인을 돕고자 신용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도 대기중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전반적인 리스크 요인을 줄이려는 조치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기본적으론 금융권의 고정금리 대출 목표치를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은행은 기존 45%에서 올해 47.5%로, 보험은 기존 30%를 올해 40%로 올린다.

월 상환액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변동금리임에도 월 상환액은 일정한 대신 대출 만기에 금리 변동으로 발생한 잔여금을 일시 정산하는 구조의 상품이다.

중도상환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만기 이전에 대출금을 갚으려는 사람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해약금 성격의 비용이다. 만기까지 남은 기간과 대출 잔액을 따져 부과하는데 통상 대출금의 1.5% 안팎으로, 더 좋은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을 막는 대표적인 장애물이다.

이 수수료를 낮추면 금리 등 측면에서 조건이 더 좋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갈아타기가 쉬워진다.

최근 금감원의 은행권 가산금리 검사도 금리 인상기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가산금리를 좀 더 투명하게 산정하도록 해 은행들이 금리 인상기에 불합리하게 대출금리를 올리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줄줄이 예정된 만큼 금융당국 역시 단기와 중장기 차원의 금융부담 완화 대책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며 "관련 대책은 시차를 두고 계속해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은 지난해 37조3000억원의 이자이익을 벌어들였다. 올해도 1분기에만 9조7000억원에 달했다.

막대한 이자이익의 배경에는 은행들이 '조작'에 가까울 만큼 대출금리를 제멋대로 올린 행태도 한몫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대출금리의 핵심 변수인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대출자의 소득이나 담보가 있는데도 것처럼 꾸몄다.

은행들은 경기가 좋아졌는데도 불황기를 가정한 신용프리미엄을 산정하고, 경기 변동을 반영하지 않은 채 몇 년 동안 고정적으로 적용하기도 했다. 이 역시 결과적으로 가산금리를 높였다.

금감원은 관계자는 "조속히 검사 결과를 확정해 해당 은행들의 이름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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