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발표한 가운데 KT&G는 보름이 지났음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신승엽 기자] 정부가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유해성이 일반담배 대비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KT&G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대 주주가 국민연금공단인 만큼 KT&G가 정부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과 함께 내부적으로 ‘릴’ 전용스틱 ‘핏’의 판매 비중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 PMI ‘아이코스’, BAT ‘글로’, KT&G ‘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 대비 3배 많은 타르를 발생시킨다고 발표했다. 평균 타르함유량은 아이코스 9.3mg, 릴 9.1mg, 글로 4.8mg, 릴 9.1mg 등이었다. 아이코스와 릴은 일반담배 평균 타르함유량(0.1~8.0mg)보다 타르 양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니코틴 평균함유량은 일반담배보다 적거나 비슷했고, ‘벤조피렌’, ‘벤젠’ 등 국제암연구소에서 인체발암물질(1군)로 분류한 성분은 소량 검출됐다. 

식약처가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PMI와 BAT코리아는 공식입장문과 연구발표회를 여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다. PMI는 1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6개월 간 해외 임상연구 실험결과를 발표회를 실시했다. 

이날 PMI측은 식약처의 발표는 해외연구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타르를 비교 기준으로 설정한 점을 지적했다. PMI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연합(EU)는 각각 2015년, 2014년에 타르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이외에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을 비롯한 해외 보건기관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는 일반담배 연기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타르를 비교대상으로 삼으면 안된다고 발표했다.

김병철 PMI 전무는 “1년 동안 식약처와 타 국가 및 회사의 연구결과를 공유했음에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와 당혹스럽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는 유해성 부분에서 차이가 있고, 동일하게 전달될 경우 역선택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AT도 11일 입장문을 통해 영국 공중보건국의 사례와 식약처가 유해성이 잠재적으로 적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점에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BAT는 “영국 공중보건국에서는 현재 나온 모든 연구 자료들을 볼 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잠재적으로 유해성을 현저히 줄일 수 있음을 언급했다”면서 “모든 과학적 연구결과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잠재적으로 유해성이 적다는 방향성으로 의견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식약처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PMI와 BAT가 식약처의 발표에 적극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KT&G는 정부 발표 후 보름이 지났음에 불구하고 공식 입장발표를 내놓지 않고 있다. KT&G 관계자는 “정부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조사에 대한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궐련형 전자담배도 일반적인 담배의 범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KT&G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KT&G는 2002년 민영화가 이뤄지면서 사명을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현재 이름으로 변경했다. 민영화가 이뤄졌지만 현재 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이기 때문에 눈치를 살핀다는 분석이다.

이에 KT&G측은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점은 현재 상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현재 KT&G의 무대응은 국민연금과 상관없다”며 “이런 내용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KT&G의 무반응 대처가 릴 전용스틱인 ‘핏’이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일반담배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아이코스 전용스틱 ‘히츠’는 1분기 담배시장에서 약 7%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알려졌고 핏은 1% 가량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일반담배의 경우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G의 무대응은 전체 담배 판매량 중 핏의 비중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연구발표로 관련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KT&G는 여전히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며 “이는 KT&G가 정부 눈치를 살피는 것으로 추측되고 핏의 판매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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