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남북경협에 준비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현대그룹이 가지고 있는 대북사업 독점권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현대건설이 남북경협 준비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북사업권을 현대그룹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경협 참여가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현대그룹과 현대건설이 소속된 현대차그룹의 껄끄러운 관계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탠다.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21일 서울 논현동에서 열린 ‘건설의 날’ 행사에서 “현대건설은 대북사업에 가장 경험이 많고 노하우가 있는 인력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것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경험과 인프라 면에서 대북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1990년대 말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 떼를 몰고 북한으로 건너가면서 북한과 인연을 맺었다. 북한에서 경수로 사업을 주도했으며 정 명예회장의 이름이 붙은 체육관까지 건립했다.

박 사장은 “현대건설에는 대북사업에 경험이 있는 인력이 80∼90명에 달하고 부장급 인력만 40∼50명에 달할 정도로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때를 대비해 내부적으로 대북 사업 관련 TF를 만들고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하면서 경협에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사장은 "현재 경협 사업으로 거론되는 내용으로 볼 때 우선적으로 전력·도로·철도 등에서 사업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현재 대북사업권을 현대그룹이 독점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아산은 2000년 8월 북한과 ‘경제협력 사업권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30년간 북한 SOC 개발 사업권을 획득했다. 이 합의서에는 ‘북측의 모든 사회간접자본 시설과 기간산업 시설’을 사업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범위가 포괄적이다. 우선적으로 △전력 △통신 △철도 △통천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사업 등 7가지 분야를 추진하지만 향후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한 독점 사업권은) 우리가 5억달러라는 대가를 주고 정상적으로 취득한 사업권”이라며 “향후 남북경협이 재개되더라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현대건설이 독자적으로 드러낸 남북경협 참여 의지는 자칫 ‘김칫국’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과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과거 한식구였으나 계열 분리된 이후 현재 각각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범 현대가(家)인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협력할 가능성도 있지만 정 회장과 현 회장의 껄끄러운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사실상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범 현대가인 두 그룹(현대차그룹, 현대그룹)이 아직까지도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며 “남북경협 문제는 사업권이 겹치는 만큼 현대건설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남북경협 참여는 현대그룹과의 관계 개선이 우선돼야만 순조롭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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